농심·오리온, 재고 고려해 추가 투자 등 대안 모색 중
소비 위축 우려에 코스맥스·이랜드그룹도 中 정부와 적극 소통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중국 정부가 상해 지역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봉쇄조치를 내리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식음료 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안전재고 일수가 비교적 짧은 만큼 봉쇄기간이 한 달을 넘으면 생산차질에 따른 실적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7일 코트라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해 정부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당초 8일로 예정했던 전면 봉쇄조치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상해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 4일 자정 기준으로 무증상환자를 포함해 총 1만3354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치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안전재고 일수가 한 달 이내로 짧은 식음료 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식음료는 유통기한을 고려해 재고비축 기간이 한 달 이내로 짧고, 냉장고를 사용하는 만큼 보관료도 비싸 코로나19 장기화 이슈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비해 이전보다 경쟁적으로 재고비축에 나서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데드라인은 한 달..." 농심·오리온, 대응방안 다각적 모색
상해 정부가 코로나19 봉쇄조치를 장기화면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대표 식음료 기업은 농심과 오리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봉쇄조치가 한 달이 넘어가면 재고 부족으로 인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농심은 지난 1일부터 상해 라면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농심의 상해 공장은 연간 3억3406만개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중국 최대의 라면 생산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국내보다 7067만개 많은 물량의 라면을 생산한다.
상해 법인은 중국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농심의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12.47%를 차지했는데 이 중 상해의 비중은 42.46%에 달했다. 상해 공장의 위기가 중국 사업 전체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상해 외에도 선양에서 라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고, 현재는 한달 분량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어 별다른 피해가 없다"면서도 "다만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장기화되면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할 수 있어 다양한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중국에서 스낵류를 생산하는 오리온도 비슷하다. 중국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32%로 높고 이 중 상해 공장의 비중은 17%에 달한다. 상해 공장의 생산능력은 중국 전체 생산량의 27.18%를 차지하고 있다.
오리온은 농심처럼 보유 재고를 활용해 위기상황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나 역시 봉쇄조치 장기화에 따른 추가 설비투자 등의 변수를 고심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당초 상해 정부로부터 오는 8일까지 봉쇄조치를 취한다고 연락을 받았지만 현재는 봉쇄조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라며 "재고 비축 상황을 고려할 때 한 달은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장기화될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문제는 소비 회복"...코스맥스·이랜드그룹, 장기 여파 우려
상해 정부의 봉쇄조치 장기화는 현지에 진출한 화장품·패션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은 코스맥스와 이랜드월드다. 양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봉쇄조치가 길어지면서 소비 수요가 위축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코스맥스 상해 공장은 지난해 6억9200만개의 화장품을 생산했다. 이는 전체 화장품 생산량의 37.56%를 차지하는 수치로 상해 공장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3%에 달한다.
상해 법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지난해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41.18%에 달했는데 상해 매출은 80%에 육박했다.
코스맥스는 현재 3개월 정도의 재고를 확보하고 상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봉쇄조치가 장기화되면 광저우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현지 조달 물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봉쇄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물량대응을 위한 추가 투자 등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봉쇄조치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봉쇄조치로 상해 내 230여 개 의류매장의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재고는 한 달 치 가량을 확보해 당장 차질은 없지만 봉쇄조치 장기화로 인한 소비 위축에 대비해서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 중이다.
이랜드그룹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조1418억원을 기록해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중국 패션 사업의 거점은 모두 상해에 위치해 봉쇄조치 장기화로 인한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랜드그룹 측은 "상해 법인은 재택근무를 실행 중인 상태로 큰 타격이 없는 상태지만 중국 내 의류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중국 당국 측과 긴밀하게 소통 중이고 매장 영업 재개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dconnec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