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산업부 장관 이사장에 신임 총장도 산업부 관료 출신
이사회 몰표로 총장 선임…다른 지원자 "들러리 의혹"
[시흥=뉴스핌] 이경환 기자 = 인재육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한 경기과학기술대학 총장과 이사회 등 주요 자리에 산업부 출신 공직자들이 잇따라 취임하면서 이른바 '관피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대 총장 5명(연임 포함) 가운데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업부 출신이기 때문인데, 올해 2월 선임된 8대 신임 총장 역시 산업부 관료 출신이다.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구성되는 이사회 구성원도 절반 가량이 산업부 관련 출신이고, 이사장은 지난해 퇴임한 성윤모 전 산업부장관이 역임하고 있다.
특히 총장 선출 공모에 지원한 또 다른 후보자는 자신이 '들러리'를 선 정황이 밝혀질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내용증명을 산업부와 학교 측에 보내면서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경기과학기술대학.[사진=경기과기대] 2022.04.05 lkh@newspim.com |
◆ 산업부가 장악한 이사회와 총추위, 이사회 몰표로 총장 선임
5일 경기과기대 등에 따르면 대학은 지난해 10월 김덕현 전 총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의원 면직 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를 꾸렸다.
총추위는 이사회가 2명을 선출하고 교수회가 1명을, 산업부 장관과 이사장이 각각 1명을 지정해 구성된다.
이사회 역시 성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10명의 이사는 산업부 정책관을 포함해 한국전력거래소 등 산업부 관련 기관 출신들이 절반 이상 포진 돼 있다.
결국 산업부가 장악했다고 볼 수 있는 이사회와 산업부 장관 지정 1명을 포함해 꾸려진 총추위는 서류와 면접 등을 거쳐 지원자들 가운데 허남용 신임 총장과 박모 씨 등 2명을 이사회에 추천했고, 이사회 재적인원 10명 중 10표를 얻은 허 신임 총장을 선임했다.
취재진이 확보한 이사회 속기록에는 개표결과에 대해 다른 의견을 묻는 이사장의 질문에 모두 침묵했다.
이에 따라 허 총장은 연임할 경우 최대 8년 동안 연봉 2억3000만 원과 운전기사가 포함된 에쿠스 차량, 업무추진비 수천만 원 등을 지원받게 됐다.
또 학교의 재정권과 인사권 모두 허 총장의 권한이 됐다.
◆ 전임 총장 퇴임 전 신임 총장 내정설..."소문이 사실로"
허 총장의 경기과기대 내정설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학교 내외부로 퍼져 나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과기대 고위 관계자는 취재진에 "전 총장이 퇴임 전인 지난해 여름 부터 허 총장이 취임한다는 소문이 이미 학교 내외부에 퍼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허 총장이 자동차연구원장 근무 당시 채용한 핵심 본부장의 친형이 경기과기대 기획처장 자리에 있었고 그는 공공연히 허 총장이 신임 총장으로 취임한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다"며 "허 총장이 오면 조직개편이나 누구를 잘라 버리고 군기를 잡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문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 허 총장이 취임했다"며 "교육과 관련된 업무를 해 본 적 없는 산업부 출신이 또다시 총장으로 왔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난해 10월께부터 허 총장이 취임한다는 얘기가 퍼졌고 오게 되면 어떤 인사를 하겠다는 얘기 마저 공공연히 떠돌았다"며 "실제로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핵심부서의 인물들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모두 교체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학교와 산업부는 엄연히 조직이나 운영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학교 현장과는 동떨어진 방식을 고수하면서 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투자나 자원이 인재육성과는 맞지 않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총장 지원 후보자 "감감이 선임, 부당한 방식 대응 방침"
허 총장과 함께 지원한 한 후보자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인사규정을 보면 교육경험을 갖춘 자라고 자격요건에 명시가 돼 있는데 허 총장은 자격요건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당시 몇명이 지원했느냐, 어떤 기준으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학교 측은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내정설은 이미 들었지만 과정 마저 공정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관리감독이나 절차 및 규정이 공정했는지 자료를 요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보자들을 들러리 세우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산업부 장관과 학교, 두 곳에 모두 보냈고 무자격자를 그 자리에 앉힌 것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 많은 대응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이라는 곳이 산업부 공무원들 퇴직하면 가는 자리도 아니고, 장관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전문대학의 이사장으로 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교육기관의 전문성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관련 기관이 알아야 하고 이런 관행은 반드시 바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학교 측 "기준에 따라 결정, 문제 없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성 이사장은 "총추위를 통해 심사를 한 추천인을 두고 이사회를 거쳐 투표로 결정이 되는 등 절차를 모두 거쳐 문제는 없다"며 "기준에 따라 결정이 됐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도 "이사회 소관이고 인사의 관한 사항인 만큼 입장을 얘기해 줄 수는 없다"고 답했다.
허 총장은 "연구원 임기가 끝나갈 무렵 다음 근무처를 알아 보던 중 경기과기대 총장이 공석이라고 하길래 지원을 해본 것"이라며 "취임 후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고, 연구원에 있을 당시 본부장의 동생이 이 학교 기획처장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획처장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부분인데 이를 두고 각종 억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산업부 출신이 이사회를 장악했다는 부분도 내가 얘기할 게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l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