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패널, 국적세탁 거치는 과정 역추적 확인
유류불법 환적 등에 선박 동원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한국의 유조선 2척이 최근 북한 소유로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유엔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VOA에 따르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 회사가 매각했다가 현재는 북한 소유인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1996년 건조된 '오션 스카이' 호는 길이 99.9m, 중량톤수(DWT) 5807 t의 중소형급 유조선이다.
당초 한국 선적 '대호 선라이즈' 호였던 이 선박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 소재 회사에 매각됐다가 같은 해 5월 11일 홍콩 소재 기업인 '아시아 오션 쉬핑' 선박에 견인돼 부산항을 떠났다. 이어 5월 24~30일 사이 북한의 '룡성 무역회사'로 운송됐다는 게 전문가패널의 분석이다.
전문가패널은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역추적하고 위성사진 자료를 분석해 이 선박이 이후 시에라리온 깃발을 달고 이름도 '오션 스카이'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현재 전문가패널은 최종적으로 북한에 입항한 정황까지 확인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러시아는 최근 밀 2만5000톤을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했다. 러시아가 지원한 밀은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에 의해 러시아 항구 노보로시스크에서 지난 14일 남포항으로 운송됐다. 사진은 북한 남포항에서 러시아가 지원한 밀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2020.05.14 noh@newspim.com |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국은 2010년 5.24 조치 등을 통해 선박을 포함한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도 북한과 선박 등을 거래할 때 미리 재무부와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 선박을 매각한 한국의 '대호 쉬핑'은 전문가패널에 대해 문제의 선박이 2011년 2월28일부터 지난해 5월17일까지 이 회사 소유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문가패널은 한때 한국 선적이었던 또다른 유조선 '우정' 호가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사실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정' 호는 2019년 7월 중국 스다오항으로 향하기 직전까지 부산을 모항으로 둔 한국 선박이었지만 현재는 북한의 '신평 5' 호가 돼 북한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VOA는 신평 5호가 지난해 8월 8일과 9일, 10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불법 선박 간 환적 방식을 이용해 팔라우 선적의 유조선으로부터 유류를 건네받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으로 소유주가 바뀌어 대북한 제재위반 행위에 사용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되고 이후 미국 정부에 의해 처리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2015년까지 한국 국적이었던 애니호였다고 VOA는 보도한 바 있다.
VOA는 북한이 노후화된 자국 선박을 대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중고거래가격이 싼 한국 선박을 국적세탁 과정을 거쳐 구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skc84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