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국내 수입산 자동차 브랜드는 연식 5~6년 내의 인증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지난 11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주최로 온라인으로 열린 '소비자가 본 자동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과 소비자 후생' 토론회에서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계적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은 총 346만2299대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명실상부 '자동차 강대국'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중고차 시장 규모도 커졌다. 중고차 시장 매물은 2012년 228만여 대에서 2021년 257만여 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39조원에 이른다. 2025년 5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박준형 산업1부 차장 |
그러나 규모와 관계없이 중고차 시장은 아직도 '불신의 아이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허위·미끼 매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고 과도한 수수료에, 매매 이후 수리 및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소비자 피해는 만연하다. 이에 중고차 시장 개방을 원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 선택권 확대는 물론이고, 시장 투명성 제고 및 잔존가치 평가 체계화 등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고 시장 전반에 걸친 신뢰도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영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대표는 "소비자의 80.5%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낙후돼 있다고 생각하고, 대기업 진출을 통해 소비자가 보호받고 선택권을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 중 66.0%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이라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세계 각국에서 고객 관리 및 브랜드 제고 등을 위해 인증중고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수입차업체들이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사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지난 2019년부터 가능했다.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한이 만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관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는 3년여 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리지 않고 결정을 미뤄왔다. 그동안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 간 갈등은 심화됐다. 중고차 시장 혼란과 소비자 피해에도 중기부는 사실상 눈을 감았다.
결국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제20대 대선 이후인 17일까지 지연됐다. 중기부가 정치적 이유로 늑장을 부리면서 중요한 정책에 대한 판단을 미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기존 업체들이 더 나은 품질과 더 나은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만나면 될 일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신뢰도가 올라가면 결국 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완성차업계에선 이미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자체 제한한다고 밝히며 중고차업계와의 상생 협력안을 내놨다.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의 자동차 강대국에 걸맞게 정부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소비자들의 권리 보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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