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 결정 심의위 오늘 개최
[서울=뉴스핌] 박준형 기자 =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가 17일 열린다.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완성차업체들이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3년여 간 이어져온 논란이 종식될지 관련 업계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진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중고차매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를 개최한다. 중고차업계가 지난 2019년 2월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달라"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지 3년여 만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는 자동차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중고차매매업은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기한은 2019년 2월 만료됐고, 동반성장위원회는 같은 해 11월 중고차매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부적합'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했다.
[사진 = 셔터스톡] |
그러나 중기부는 이후 3년여 간 심의위를 열지 않은 채 시간만 끌어왔다. 이에 현대차, 기아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해 12월 "국내 완성차업계는 내년 1월부터 사업자 등록과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진출을 선언했다. 결국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심의위 개최를 공식 요청하고, 올해 1월 14일 첫 심의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1월 경기 용인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하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중고차 사업 비전과 구체적 계획을 최초로 공개하며 사업 시작을 공식화했다.
기아도 전북 정읍시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하는 등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도 내부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높은 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2월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0%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과 매매상(판매자), 중개 플랫폼 업체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14.8%와 11.2%, 39.4%에 불과했다. 낮은 신뢰도의 주된 이유로는 '고지·설명과 다른 성능상태'(45.4%), '사후관리 미비'(39.9%), '허위·미끼 매물'(29.7%) 등이 꼽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수입산 자동차 브랜드는 연식 5~6년 내의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국내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기존 중고차 판매자나 중개 플랫폼 업체의 온라인 시장 기반 독점이 완화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고차 시장 개방 시 완성차업체가 매집한 차량을 기존 업자에게 경매 방식으로 배분해 기존 중소매매업계에도 공정하고 안정적인 매집 물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차그룹] |
아울러 부품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중고차가 상품화 과정을 거치면서 부품 및 소모품 교체가 발생하게 돼 결국 부품 산업 확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고차업체들은 중고차 시장이 개방될 경우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독점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완성차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만 취급하기 때문에 실제 점유율은 높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현재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 개방 시 2026년 현대차·기아와 한국지엠·쌍용차·르노삼성차 등 국내 5사의 시장 점유율은 최소 7.5%~최대 12.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업계에서는 이날 심의위에서 중고차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차는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로 중고차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한다고 밝히면서 심의위가 독점을 이유로 시장 개방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두 달 정도 남은 것이다. 6월 지방선거까지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굳이 임기 내 논란이 되는 이슈를 결론지으며 후폭풍을 감당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중고차 시장 개방 여부는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에나 결정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지방선거 등 정치적 이슈가 있어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있지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락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며 "결론을 내리기 쉽진 않겠지만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라 합리적인 결정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jun89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