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이 임박했다는 신호들이 잇따르면서 불붙었던 유가 급등세가 진정될지 관심이다.
16일(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 핵합의 복원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핵합의 복원) 합의에 근접했다"면서 "다만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긍정론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남은 이슈들은 이견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신은 최근 며칠 사이 합의 복원을 위한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졌고, 복원 가능성은 몇 년 사이 가장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 러시아 후퇴하며 복원 '불씨'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 등 6개국은 지난 2015년 이란과 핵합의를 맺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합의 탈퇴를 선언한 뒤 제재를 복원했고, 이란은 이후 농축우라늄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미국 등 당사국들은 이란과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2015년 이란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대러 제재가 향후 이란과 하는 사업에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를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었다.
이 가운데 15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 재개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우크라 관련 미국의 대러 제재가 이란 핵합의 타결 후 러-이란 간 교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서면 보증을 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과 만난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란 핵협상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이란 핵협상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앞에 설치된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합의 급물살' 신호 곳곳에
이란과 러시아 관계자들이 청신호를 보낸 뒤 16일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시사하는 소식들이 이어졌다.
미국 인터넷미디어 악시오스(Axios)는 미국 정부가 이란 내 강력한 군사, 정치, 경제집단인 이란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조직(FTO) 명단에서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FTO 명단 제외 문제는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이란이 내세운 조건 중 하나다.
악시오스는 다만 FTO 명단 제외 시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상당한 반발이 일 수 있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 정부도 이란 팔레비 왕정과 체결한 전차 수출 계약이 1979년 이슬람혁명 때문에 이행되지 않아 발생한 채무 4억 파운드(약 6천400억원)를 상환했다고 밝혀 양국간 채권 및 채무 문제 해결을 알렸다.
또 이란은 체제 전복 모의 죄로 6년 가까이 교도소에 수감됐던 영국 자선단체 활동가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와 또 다른 이중국적 활동가 아누셰 아수리를 석방시켜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영국 정부는 그간 43년 전 이란에 갚지 못한 빚을 상환하고, 억류된 자국민을 석방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펼쳐왔다. 이란 역시 영국에 대금 환급을 요구해왔는데 두 이슈가 한번에 해소된 것이다.
AFP통신은 이제 미국이 핵합의를 다시 파기할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문제 등이 남았다고 전했다.
다만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애널리스트 헨리 롬은 "남은 문제가 극복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낙관했다.
3월 초 100달러를 훌쩍 넘었던 국제유가는 최근 사흘째 하락 중이다.
이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기대와 미국의 원유재고 증가 소식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40달러(1.5%) 하락한 배럴당 95.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이날 종가는 2월 2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