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지방선거 등판론 제기…일각선 신중론도
"당분간 정면 나서지 않고 정중동 하는 게 좋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역대 최저인 0.73%p차로 패배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향후 행보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후보는 지난해 10월 대선을 위해 경기지사직을 사임한 후 지난 10일 수락한 민주당 상임고문직 외에는 어떠한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연인 신분이다.
◆ 文대통령, 2012년 대선 패배 후 칩거…역대 대선주자들은?
그동안 대선에서 패배한 정치인들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국내에 머물더라도 잠시 여의도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취해왔다. 1992년 대선에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패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 은퇴 선언 후 영국으로 떠났다 1995년 귀국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마침내 1997년 대선에서 당선됐다.
정동영 전 의원도 2007년 대선 패배 후 미국행을 택했다. 듀크대에서 유학한 그는 이듬해 4월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원내 복귀에 성공했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역시 첫 대선 도전 실패 후 2013년 초까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다 2015년 당대표로 정계에 재등장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03.10 leehs@newspim.com |
◆ 이재명, 상임고문직 수락…'지선 출마설'·'비대위 합류설' 솔솔
이 전 후보의 경우는 곧바로 정계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도 지난 4일 유세에서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전 후보는 대선 이튿날 민주당 상임고문직을 받았다. 제의는 송영길 전 당대표가 직접 했다고 한다. 이 전 후보 역시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상임고문은 특별한 역할은 없지만 의원총회 등 당내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리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 등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전 후보는 지난해 10월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지사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줄곧 지자체장을 역임해왔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이 전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6월 지선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지사 재출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전 후보가 지선에 후보로 나오지 않더라도 일정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광재 의원은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방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국민적 기대가 있고 또 아직 나이가 있다"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 전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안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금 선거를 끝낸 이 후보께 드릴 말씀은 아니지만 비대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혁신하고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 정권교체에 이어 검찰의 칼날이 민주당을 덮칠 것인데 6월 지선마저 패배한다면 다음 총선, 다음 대선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썼다. 김 의원은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같은 안을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이재명 등판론'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가 이제 막 끝났는데 당분간은 쉴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대위 합류 제안 역시 다수의 의견은 아니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최종 결정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분간은 상임고문직을 수행하면서 당내 분위기를 익히고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등 '정중동' 행보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당선인으로 정권교체가 되기는 했지만 정치신인인 만큼 정국운영에 좌고우면할 가능성이 높은데 구태여 이 전 후보와 다시 대립구도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윤석열이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국민들이 이재명을 다시 찾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이재명의 정치적인 잠재력은 엄청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잊혀져야 할 때다. 국민들이 부를 때 나가야 한다. 6월 지방선거도, 8월 전당대회도 이 후보 본인에게는 물론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기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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