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 중 러 채권 0.15%...약 958억 추산
글로벌 신평 3사, 러 국채 신용등급 하향
외국인 투자제한으로 처분 시기 불투명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국민연금이 러시아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대응해 비중조절을 검토한다. 다만, 현재 러시아가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매조치를 제한하고 있어 단기 내 처분은 어려울 전망이다.
7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러시아 채권 비중은 해외채권 가운데 0.15%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해외채권은 63조9000억원인데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보유 중인 러시아 채권 규모는 958억원 가량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러시아 채권을 해외투자 벤치마크 내 비중에 따라 투자하고 있으며 현재 내려진 대러 경제제재 조치 등을 감안해 비중을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본사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
운용규정 제 52조를 보면 보유 채권의 해외신용등급은 직접운용의 경우 BBB- 이상, 위탁운용의 경우 BB-이상이어야 한다. 만일 보유중인 자산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면 운용부서장이 관리방안을 리스크관리부문장, 기금운용본부장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러시아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내리면서 매각 조건에 도달하게 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글로벌 3대 신평사가 매긴 등급의 중간 값을 기준으로 한다.
앞서 S&P는 지난 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CCC-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BBB-에서 BB+로 강등한지 일주일 만에 재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CCC-는 채무불이행 상태 즉, 국가부도(디폴트)를 의미하는 D등급의 2단계 위에 불과하다. 무디스는 3일 Baa3에서 B3로 하향한데 이어, 3일 뒤인 6일 Ca로 강등했다. Ca 등급은 디폴트 단계인 최하 등급 C바로 윗 등급이다. 피치 역시 이미 러시아 국채 등급을 BBB에서 B로 내리는 동시에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추가 등급 강등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민연금에서도 처분 절차를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리스크 관리위원회 개최 여부와는 관계없이 자동으로 투자제한에 걸리는 상황"이라며 "향후 프로세스에 따라 투자 판단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국인투자자들의 자산 매매를 제한하고 있어 매각 시기는 불투명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루블화 국채(OFZ) 이표 이자 지급을 중단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러시아의 외국투자자 증권매매 금지 조치 이후 신속한 변경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리스크관리위원회 회부 여부는 알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은 이밖에도 2020년말 해외주식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노바텍, 가스프롬, 루크오일 등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