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정치지형 변화 속 과학기술 소외
예고된 과학기술계 인사 적체 관심 촉구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항상 있던 일 아닌가요. 정부 바뀌어도 달라질 게 있을 지 모르겠네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의 한숨 섞인 대답이다. 차기 정부를 이끌어갈 후보에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선거 막바지 정치권의 지형변화나 기존 후보들의 공약으로 볼 때는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들린다. 또다시 과학기술 소외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 정치권에 대한 기대, 또다시 실망감으로 전락
대선을 이틀 앞에 둔 상황에서 과학기술계의 실망감은 최근 불거진 야권의 단일화에 집중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의사이면서 IT분야 사업가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실낱같은 희망을 갖기도 했다. 거대 여야의 정치상황 속에서 제3지대에 힘을 보탤 경우, 과학기술계로 향한 어느 정도의 견제는 해줄 것이라는 게 한 과학기술계의 상당수 생각이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선언하고 있다. 2022.03.03 kilroy023@newspim.com |
다만 단일화를 통해 이같은 기대도 물거품이 됐다는 게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포착된다.
한 과학기술계 원로는 "과학기술계는 역대 정부 동안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배제됐다"며 "지금까지 경제가 발전해온 것은 과학기술이 토대가 됐기 때문인데, 정치권은 그저 화려한 결과물에만 신경을 써왔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과학기술 관련 공약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거버넌스 혁신 계획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재명 후보가 내놓은 과학기술혁신 부총리 도입은 노무현 정부 때 있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폐지된 것을 부활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책정과 실질적인 권한 강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정부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가져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또 대통령직속의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하겠다는 공약도 있으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한다기보다는 권한 독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포착된다.
한 과기계 인사는 "거버넌스를 바꾼다는 것은 어느 정보에서나 있었고 현재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역시 떼었다 붙였다 식으로 해온 만큼 과학기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조직 구성과 권한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뒷전으로 밀리는 과학기술계 인사 정책
여전히 과학기술 소외론이 예상되는 데는 늦춰지는 인사체계 때문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최근 일부 출연연 원장 연임 등을 두고 과기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세부적인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해서다.
이달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과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의 연임 등에 대한 절차가 차일피일 늦춰지는 상황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사진 왼쪽)과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자료=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22.03.07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들 출연연에 대한 연구회의 기관평가 결과가 모두 '우수'로 나왔고 과기부 역시 적합 평가를 내린 상태다. 문제는 이들 원장에 대한 연구회의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면 인수위원회에서 모든 인사 정책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낼 것이고 바로 전에 인사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연구회나 과기부 차원에서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결국 전반적으로 청와대의 검토가 있을 것이고 새 정부 인선을 앞두고 출연연 인사는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차기 출연연 원장이 취임하기까지 현재 일을 맡고 있는 원장이 공백을 채우겠지만 기관의 개별 인사나 전략 수립에는 한계가 있다"며 "다른 차례를 기다리다가 가을이나 연말까지 출연연 인사 적체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고 전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예전보다는 후보자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더욱 많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기초가 바로 과학기술에 있고 기술패권 시대를 맞은 만큼 우려되는 정도로 소외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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