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후 한달 만에 가출
남편, 혼인 무효 소송 제기
1심 원고 승소→대법 파기환송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배우자의 가출 등의 사정 만으로는 혼인 관계를 취소할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다시 나왔다. 혼인 무효는 매우 엄격한 기준에서만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한국 국적의 남성 A씨가 베트남 국적의 여성 B씨를 상대로 주위적 청구로 혼인 무효 확인을, 예비적 청구로 이혼을 구한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에 대한 원고 승소 판결을 파기했다고 6일 밝혔다.
B씨는 2017년 '결혼을 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A씨의 약속에 결혼을 결심했다. B씨는 같은해 11월 한국에 입국해 A씨와 혼인 후 한달 만에 가출했다.
이에 A씨는 혼인 무효 소송에 나섰다. 1심에서는 B씨가 가정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A씨와 성관계를 한 차례도 안 했으며 국제결혼 신상 확인서에 직업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에서는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2.01.26 obliviate12@newspim.com |
하지만 대법원은 배우자가 혼인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거나 혼인 관계 종료를 의도하는 언행 만으로 혼인 신고 당시에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원심 재판부인 창원지법으로 환송됐다.
대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사정도 감안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혼인 무효에 대해 엄격하게 봤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주로 예비적 청구인 이혼 사건에 관한 책임 소재와 이혼 적절성을 다툴 전망이다.
대법은 지난해 12월 선고를 통해 외국인 상대방이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을 했다는 등 사정만으로 혼인 무효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를 선언했고, 이 사안은 위 법리에 따른 후속 판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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