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스페이스K 서울, 이근민 개인전..'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기사입력 : 2022년02월22일 16:31

최종수정 : 2022년02월23일 16:07

회화·드로잉 31점 전시

이근민 화가. [스페이스K 제공]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에서 올해 첫 전시로 화가 이근민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And then none were sick)'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이근민은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회화와 드로잉 31점을 선보인다.

가공되지 않은 환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파편화된 신체와 장기, 그리고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은유적인 형상으로 가득 차 있다.

스페이스K 서울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작가는 캔버스 전면을 지배하는 환시와 환상의 이미지 이면에 병적 징후를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통제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적 시스템을 비판한다. 정상과 이성, 합리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으로부터 회복을 시도하는 그의 회화는 처절한 마음의 풍경을 통해 자기 치유와 자기 위로를 관람객들과 공유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미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포럼(Artforum, 2015년 1월호)>과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2019년 11월호)>에 연달아 작품이 소개되면서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2009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9회의 개인전과 10여 회 단체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뉴욕의 파이어니어 웍스(Pioneer Works)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콜렉시온 솔로(Colección SOLO)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근민은 현대 사회에서 자행되는 '정의하기(define)'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현대 문명의 구축에 일조한 원시성이나 오리엔탈리즘, 이방인, 혹은 병자와 같은 이른바 '타자'를 규정하는 서구사회의 양면성에 작가가 가진 반감과 저항은 자신이 직접 병리적 경험을 겪게 되면서 심화됐다.

2001년 후반 무렵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환각을 작품의 시작이자 궁극적인 소재로 삼게 됐다. 당시 신경정신과 의사가 내린 진단명과 이를 표기한 진단 번호는 자신을 향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정의'로 그에게 각인됐다.

수술 [스페이스K 제공]

이근민에게 회화는 병적 고통과 진단이 가져온 억압을 해방하는 통로로 역할 한다. 상처 가득한 육신에서 흘러나온 피의 세포분열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성기가 등장하는 작품 <다친 바보(Injured Dumber)>에서 작가는 욕정만 남은 피범벅의 괴물로 변한 스스로를 마주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육체를 대상으로 그가 가하는 학대에 가까운 해체는 특정할 수 없는 가상의 가해자를 향한 파괴적인 복수에서도 나타난다. <피해망상의 배열(Paranoia Sequence)>은 분노에서 시작하여 자책으로 끝맺는 피해망상의 단계적 과정을 연작의 형식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불쾌한 순간에 집착하다가도 이내 망상이 잦아들면서 사라지는 가해자를 추상으로 환원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가장 시선을 끄는 대작 <문제 구름(Matter Cloud)>에서는 기억과 상처의 퇴적물이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이루고 다시 그 사이에서 생겨난 기생체가 기억을 빨아먹으며 번식하는 풍경을 무려 10미터 길이의 화폭에 스펙타클하게 담아낸다.

이와 같이 비물질적 환각을 프레임 속에서 재현하고 구체화하는 작가의 행위는 개인적 경험에 대한 자기 표출을 넘어 사회적 진단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한다. 자신에게 내려진 병명에 대한 진단 코드를 은유한 작품 <설계도(Blueprint)>는 환자에게 통보 외에는 아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의료 진단서를 무용지물로 치부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두 소통(Oral Communications)> 연작에서도 소통 불가의 상황을 일방적 배설로 묘사하는 한편, 피해망상의 극심한 고통이 종국에는 하나의 건조한 기록물로밖에는 남겨지지 못하는 공허함을 대조적으로 표출한다. <수술(Operations)>에서는 해체된 인체를 흙덩이처럼 마구잡이로 뭉쳐 놓은 기이한 형상에 의미없이 행해지는 응급처치의 광경을 연출하여 일말의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토로한다. 

작가는 추상적인 병증에 이름을 붙여 환자를 문서화하는 우리 사회의 효율 프로세스가 인간 개별 존재에 강제적 데이터화와 규격화를 너무도 손쉽게 행해오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신에게 내려진 정의가 부정적이며 심지어 소외를 초래하더라도 우리 각자는 이미 사회로부터 정의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인을 일개 의료 기록 정보와 동일시하는 주제를 다룬 <심장과 남근 (Heart and Penis)>은 심장과 생식기가 엉켜 이룬 형상을 통해 타자를 겨냥하여 이 사회가 자행하는 무욕의 삶에 대한 암묵적 강요를 보여준다. 나아가 정보의 폭력성을 그린 <엉켜버린 기억 (Tangled Memories)>에서는 강제 주입된 정보로 과부하된 신경망을 파열된 혈관으로 묘사하여 기억의 마디에서 손쓸 길 없이 새어 나가는 정보의 누수를 시각화한다.

이근민은 가공되지 않은 추상적인 상태의 정신적 질병과 환각에 대한 상흔을 처절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가시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격화의 사회적 폭력성에 저항하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어느 개인의 병상일기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그 병리적 기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시사하고 더 나아가 규범이 주는 한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두개의 지역 [스페이스K 제공]

개인을 통제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합리성이 결코 다다르지 못할 지점에서 작가 이근민은 효율만을 위한 규격화가 아닌 가능성의 편에서 확장적 에너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한 개인이자 작가 그리고 예술 언어가 가질 수 있는 비전을 이번 전시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스페이스K'는 2011년 설립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스페이스K 서울 전경. [스페이스K 제공]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소년공'에서 대통령까지…이재명은 누구?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흙수저' 출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64년 12월 22일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으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공단에서 5년간 '소년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검정고시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력을 취득했고,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변호사로서 산업재해 피해자,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소송을 맡았다.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운동과 지역사회 부정부패 고발 등 시민운동을 주도하며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정치의 필요성을 느껴 2006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처음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무상교복, 청년배당, 시립의료원 설립 등 복지 정책을 도입하고 재정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기본소득 개념을 도입한 '청년배당'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후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선출돼 2021년 10월 25일까지 재임하며, 경기도 전역으로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재정 건전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중 추진한 복지·개혁 정책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끌었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제5차 전당대회에서 77.8%의 득표율로 당대표로 선출됐다. 앞서 2021년 민주당 경선에서 50.29%의 득표율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확정됐으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0.73%p 차이로 낙선했다. 이후 21대 대선 경선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신드롬을 형성하며 지지를 모았다. 그는 정치 경력 전반에서 가족과 관련된 논란으로 주목받았다.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아들의 도박 및 성적 게시글 논란, 친형 강제입원 논란 등 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그의 체포동의안이 2023년 9월 21일 가결됐고, 위증교사, 대장동, 백현동 개발 등과 관련한 사법적 절차가 이어졌다.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나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고, 일부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은 민생, 복지, 공정, 민주주의 등 위기 극복을 국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을 통해 민생경제와 사회적 약자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아울러 경제 불평등 해소, 사회적 약자 보호, 지역균형 발전 등 정책 과제를 강조하며 취임 초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마지막 유세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2025.06.02 mironj19@newspim.com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경력과 맞닿아 있는 경제적 약자 정책을 통해 복지와 공정에 방점을 찍었다. 실용, 미래비전을 강조하며 청년층의 일자리, 자산 형성, 주거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와 정책 추진은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 경력 외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가족과의 갈등, 어린 시절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족 간 갈등과 빈곤을 극복하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중요한 계기로 설명해 왔다. 이러한 개인사와 정치 경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로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준비할 전망이다. 출생기본소득, 사립대 등록금 완화, 남북관계 개선 등 공약 이행에 따른 정책 결정과 추진, 재정 부담 문제 등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논란, 사법 리스크 등은 앞으로도 정치적 논쟁의 한 축으로 계속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의 당선은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이 대통령 출신과 정치 경력, 복지·개혁 중심의 정책 기조는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꼽히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취임 초기 공약 이행과 동시에 정치적 신뢰와 국민통합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2:34
사진
이재명 49.42 김문수 41.15 이준석 8.34%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최종 승리를 확정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오전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총 1728만7513표(득표율 49.42%)를 얻어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439만5639표(41.15%)를 기록해 2위에 머물렀다.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약 220만 표로 벌어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91만7523표(8.34%)를 득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34만4150표(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3만5791표(0.10%)를 각각 얻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제21대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 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마련된 개표방송 야외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5.06.04 pangbin@newspim.com 이재명 후보는 호남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광주(84.77%), 전남(85.87%), 전북(82.65%)에서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전체 승리를 견인했다.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수도권에서도 우위를 보였는데, 서울에서는 47.13%, 인천에서는 51.67%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52.20%의 득표율로 과반을 확보해 승리를 굳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대구(67.62%), 경북(66.87%), 경남(51.99%) 등 영남권에서 강세를 보이며 지지 기반을 결집했다. 부산에서도 51.39%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40.14%)를 앞섰으나,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이준석 후보는 세종(9.89%), 제주(8.83%), 대전(9.76%) 등에서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다. 권영국 후보는 노동과 진보정치의 메시지를 내세웠지만 1% 미만의 득표율에 그쳤고, 무소속 송진호 후보도 상징적 득표에 머물렀다.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9.42%로 집계됐다. 전체 선거인 수는 4439만1871명이며, 투표자 수는 3523만6497명, 유효투표수는 3498만616표, 무효표는 25만5881표였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중으로 최종 당선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parksj@newspim.com 2025-06-04 05:25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