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문화·연예일반

속보

더보기

스페이스K 서울, 이근민 개인전..'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회화·드로잉 31점 전시
이근민 화가. [스페이스K 제공]

[서울=뉴스핌] 이영란 기자 =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에서 올해 첫 전시로 화가 이근민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And then none were sick)'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서 이근민은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회화와 드로잉 31점을 선보인다.

가공되지 않은 환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그의 작품은 파편화된 신체와 장기, 그리고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은유적인 형상으로 가득 차 있다.

스페이스K 서울 전경. [스페이스K 제공]

작가는 캔버스 전면을 지배하는 환시와 환상의 이미지 이면에 병적 징후를 효율적으로 진단하고 통제하는 우리 사회의 규범적 시스템을 비판한다. 정상과 이성, 합리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의 폭력으로부터 회복을 시도하는 그의 회화는 처절한 마음의 풍경을 통해 자기 치유와 자기 위로를 관람객들과 공유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근민은 미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포럼(Artforum, 2015년 1월호)>과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2019년 11월호)>에 연달아 작품이 소개되면서 해외에 이름을 알렸다.

작가는 2009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9회의 개인전과 10여 회 단체전을 가진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뉴욕의 파이어니어 웍스(Pioneer Works)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또한 스페인 마드리드의 콜렉시온 솔로(Colección SOLO)에 작가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근민은 현대 사회에서 자행되는 '정의하기(define)'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현대 문명의 구축에 일조한 원시성이나 오리엔탈리즘, 이방인, 혹은 병자와 같은 이른바 '타자'를 규정하는 서구사회의 양면성에 작가가 가진 반감과 저항은 자신이 직접 병리적 경험을 겪게 되면서 심화됐다.

2001년 후반 무렵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은 그는 치료 과정에서 경험한 환각을 작품의 시작이자 궁극적인 소재로 삼게 됐다. 당시 신경정신과 의사가 내린 진단명과 이를 표기한 진단 번호는 자신을 향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정의'로 그에게 각인됐다.

수술 [스페이스K 제공]

이근민에게 회화는 병적 고통과 진단이 가져온 억압을 해방하는 통로로 역할 한다. 상처 가득한 육신에서 흘러나온 피의 세포분열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거대해진 성기가 등장하는 작품 <다친 바보(Injured Dumber)>에서 작가는 욕정만 남은 피범벅의 괴물로 변한 스스로를 마주한다.

유사한 방식으로 육체를 대상으로 그가 가하는 학대에 가까운 해체는 특정할 수 없는 가상의 가해자를 향한 파괴적인 복수에서도 나타난다. <피해망상의 배열(Paranoia Sequence)>은 분노에서 시작하여 자책으로 끝맺는 피해망상의 단계적 과정을 연작의 형식으로 담고 있다.

작가는 불쾌한 순간에 집착하다가도 이내 망상이 잦아들면서 사라지는 가해자를 추상으로 환원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 가장 시선을 끄는 대작 <문제 구름(Matter Cloud)>에서는 기억과 상처의 퇴적물이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이루고 다시 그 사이에서 생겨난 기생체가 기억을 빨아먹으며 번식하는 풍경을 무려 10미터 길이의 화폭에 스펙타클하게 담아낸다.

이와 같이 비물질적 환각을 프레임 속에서 재현하고 구체화하는 작가의 행위는 개인적 경험에 대한 자기 표출을 넘어 사회적 진단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한다. 자신에게 내려진 병명에 대한 진단 코드를 은유한 작품 <설계도(Blueprint)>는 환자에게 통보 외에는 아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의료 진단서를 무용지물로 치부한다.

같은 맥락에서 <구두 소통(Oral Communications)> 연작에서도 소통 불가의 상황을 일방적 배설로 묘사하는 한편, 피해망상의 극심한 고통이 종국에는 하나의 건조한 기록물로밖에는 남겨지지 못하는 공허함을 대조적으로 표출한다. <수술(Operations)>에서는 해체된 인체를 흙덩이처럼 마구잡이로 뭉쳐 놓은 기이한 형상에 의미없이 행해지는 응급처치의 광경을 연출하여 일말의 인간성을 찾아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토로한다. 

작가는 추상적인 병증에 이름을 붙여 환자를 문서화하는 우리 사회의 효율 프로세스가 인간 개별 존재에 강제적 데이터화와 규격화를 너무도 손쉽게 행해오고 있다고 꼬집는다. 자신에게 내려진 정의가 부정적이며 심지어 소외를 초래하더라도 우리 각자는 이미 사회로부터 정의당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하나의 개인을 일개 의료 기록 정보와 동일시하는 주제를 다룬 <심장과 남근 (Heart and Penis)>은 심장과 생식기가 엉켜 이룬 형상을 통해 타자를 겨냥하여 이 사회가 자행하는 무욕의 삶에 대한 암묵적 강요를 보여준다. 나아가 정보의 폭력성을 그린 <엉켜버린 기억 (Tangled Memories)>에서는 강제 주입된 정보로 과부하된 신경망을 파열된 혈관으로 묘사하여 기억의 마디에서 손쓸 길 없이 새어 나가는 정보의 누수를 시각화한다.

이근민은 가공되지 않은 추상적인 상태의 정신적 질병과 환각에 대한 상흔을 처절하고 그로테스크하게 가시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격화의 사회적 폭력성에 저항하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어느 개인의 병상일기에 머무르지 않는 것은 그 병리적 기록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시사하고 더 나아가 규범이 주는 한계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두개의 지역 [스페이스K 제공]

개인을 통제가능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대 사회의 합리성이 결코 다다르지 못할 지점에서 작가 이근민은 효율만을 위한 규격화가 아닌 가능성의 편에서 확장적 에너지를 발견한다. 그리고 한 개인이자 작가 그리고 예술 언어가 가질 수 있는 비전을 이번 전시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스페이스K'는 2011년 설립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스페이스K 서울 전경. [스페이스K 제공]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대전·충남' 통합…與野 동상이몽 [서울=뉴스핌] 이바름 배정원 신정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대전·충남 통합' 언급이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두달 전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는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정부여당이 공론화와 협의 과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전·충남특별시장 선출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1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했다. 상임위원장에는 황명선 최고위원이 임명됐으며, 박범계(대전 서구을)·박정현(대전 대덕구)·이정문(충남 천안시병) 의원 등이 공동위원장으로 위원회에 합류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황명선 조직사무부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2024.06.10 pangbin@newspim.com 황 최고위원은 "대전·충남 통합은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빠른 시일 내에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제정하고, 내년 2월 전까지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성일종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지난 10월2일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법안 발의 과정에서 성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했으나, 한 명도 법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시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께서는 공개적으로 '상임위에 이 법이 올라오면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밝히시기도 했다"며 "지난 두 달간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다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5.02.20 pangbin@newspim.com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대전·충남 통합 추진 이면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뒤늦게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대전·충남 통합 의제를 가져가려는 대통령실의 의도는 충청인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하는 결과가 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그동안 국민의힘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정책 방향에 화답한 것으로, 그 자체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정치적 셈법이 개입된 선거용 통합,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둔 졸속 추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만 염두에 두고 졸속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 시도'이며 분열과 부작용만 야기할 뿐"이라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통합 추진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right@newspim.com 2025-12-19 13:32
사진
13만 경찰 '새 수장' 누가 거론되나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이 파면되면서 13만 경찰의 새 수장 인선을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전날인 18일 조 청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 조 청장은 1968년생으로 경찰대 6기로 졸업한 뒤 입직해 경찰청 인사담당관, 혁신기획조정담당관 등을 지내 '기획통'으로 꼽혔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파견을 거친 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2022년 6월 치안감, 이듬해 1월에는 치안정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차장과 서울경찰청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8월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전 당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관련 문서를 전달받은 사실과 국회 봉쇄를 지시한 점으로 인해 이후 경찰에 체포돼 구속됐으며 결국 파면에 이르게 됐다. 경찰청장이 탄핵소추로 파면된 것은 조 청장이 최초다.  조 청장의 파면으로 또 한번 경찰청장 잔혹사가 이어지게 됐다. 지난 2003년 경찰청장 2년 임기가 도입된 이후 14명의 경찰청장 중에서 임기를 마친 청장은 5명에 불과하다. 헌법재판소는 전날인 18일 조 청장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했다.[사진=뉴스핌 DB] 조 청장의 파면으로 신임 경찰청장 인선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조 청장이 국회에서 탄핵 소추된 이후 1년 넘게 공석으로 대행 체제 상태였다. 차기 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중에서 결정된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이 맡는 치안총감 다음인 두번째 상위 계급으로 경찰청 차장과 국가수사본부장, 서울·부산·경기남부·인천 경찰청장, 경찰대학장 등 7명이 해당된다. 경찰청장 인선은 대통령실의 후보자 추천→경찰위원회 동의→행정안전부 장관 제청→국회 인사청문회→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된다. 경찰청장 임기는 2년이다. 경찰청장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신임 경찰청장 후보에는 현 직무대행인 유재성 경찰청 차장,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1966년생인 유 대행과 박 본부장은 현행법상 내년이면 연령정년으로 퇴임해야 한다. 경찰청장에 임명되더라도 임기 중간에 사임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2020년 임기를 두달 앞두고 연령정년에 도달해 사임했다. 이와 함께 국가수사본부장의 경우 2년 임기가 보장돼 임기를 마치면 당연퇴직해야 한다. 퇴임 후 경찰청장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국회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신정훈 국회 행안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 해양경찰청장이 임기 중 연령정년에 도달하더라도 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유 대행과 박 본부장은 2년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된다. 대행 체제로 무난하게 경찰이 운영됐던만큼 당분간 대행체제를 더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대행체제를 유지하면서 현재 치안감인 인사를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킨 후 경찰청장으로 내정하는 방법도 배제할 수 없다. 조지호 경찰청장. [사진=뉴스핌 DB] krawjp@newspim.com 2025-12-19 11:59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