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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과 끝내 못 받고"…근로정신대 피해 박해옥 할머니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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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법원 승소 판결 원고 5명 중 생존자 2명 남아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박해옥(91) 할머니가 오랜 투병 끝에 별세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미쓰비시중공업 관련 소송 원고이자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인 박해옥 씨가 전날 오랜 투병 끝에 별세했다고 17일 밝혔다.

박혜옥 할머니는 순천남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44년 5월 말 일본인 교장선생님의 거듭된 회유와 압박에 못 이겨 일본 나고야에 위치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박혜옥 할머니 [사진=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2022.02.17 kh10890@newspim.com

일본인 교장은 "일본에 가면 학교도 보내주고 돈도 벌수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할 수 있다"며 일본에 갈 것을 종용했다. 

또한 "너희 언니가 학교 선생이니까 네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듭 압박했다. 박 할머니는 생전 인터뷰에서 "언니가 학교 선생이었는데 자칫하면 언니 신상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부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강력히 반대하자 다음 날 교장한테 일본에 갈 수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대신 부모가 경찰에 잡혀가게 될 것이다'는 협박에 결국 어린 마음에 가족이 다칠까봐 결국 교장의 말을 들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일본으로 끌려간 박 할머니는 굶주림을 견뎌가며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강제노역에 시달리다 해방 후 귀국했다. 

뒤늦게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와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등에 힘입어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 및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10여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2008년 11월 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일본 소송 패소의 아픔이 아직 가시기도 전 2009년에는 뒤늦게 일본정부(후생노동성 사회보험청)가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 명목으로 99엔을 지급해, 또 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했다.

이후 2012년 10월 24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심, 2심 승소에 이어 6년 1개월여만의 소송 끝에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3년 3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배상 이행은커녕 사죄 한마디 못 듣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판결 이행을 거부한 데다 일본정부까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함에 따라, 원고 측은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에 가지고 있는 상표권, 특허권에 대해 압류 등 강제집행에 나선 상태다. 

박해옥 할머니 건(상표권 2건)의 경우 지난해 7월 20일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항고가 기각된 데 이어 12월 27일 대법원에서 재항고마저 기각돼, 압류가 최종 확정됐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투병해 오던 박 할머니는 지난 2019년 가을 자녀들이 있는 전주로 옮겨 지금껏 한 요양병원에서 생활해왔다. 건강을 회복해 광주에 다시 오겠다며 남구에 거주하던 집과 생활하던 물품도 그대로 두고 가셨지만 결국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박 할머니는 일본정부와 미쓰비시로부터 사죄 한마디 듣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혜옥 할머니의 별세로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미쓰비시 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원고 5명 중 생존자는 2명으로 줄었다.

빈소는 전주 예수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18일 화장 후 전주 인근 호정공원묘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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