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 대선공약에 '편면적 구속력' 도입 담겨
보험권 분쟁조정 매년 늘자, 금융권 전체 확대 추진
"금융소비자 보호 취지…부작용 방지대책 있어야"
[서울=뉴스핌] 민경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제시하면서 금융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대적 약자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는 헌법에 명시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업계와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이 후보는 금융분야 공약에 '편면적 구속력' 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에게 유리한 권리를 주는 제도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조정 결과에 대해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사는 무조건 이를 따라야 한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2022.01.06 photo@newspim.com |
이 후보는 2000만원 이하 소액 분쟁에 한해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7일 열린금융위원회 출범식에서 "소비자는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다퉈야 하지만 금융정보·법률 지식이 부족해 직접 상대하기 쉽지 않다"며 "금융분쟁조정에 대한 구속력이 인정되지 않아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 후보는 분쟁조정 사례가 가장 많은 보험업권부터 적용한 후 은행·증권 등 타 업권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 유형별 처리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처리한 2만8004건 중 2만4774건(88.5%)이 보험 관련 조정이었다. 보험 관련 분쟁조정은 지난 2015년 2만90건을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계는 헌법에 명시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정결과에 대한 최소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항목 관리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보니 민원 건수가 매년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이라며 "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가 큰 상황이라 소비자 의견을 수용하라는 권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체 분쟁조정 사례 중 2000만원 이하 조정 건수가 약 80% 안팎을 차지하는 점도 부담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자동차사고로 지급되는 보험금 90% 이상이 경상치료비"라며 "금액이 매우 큰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이 2000만원 이하 분쟁"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2021.11.10 tack@newspim.com |
편면적 구속력 이슈는 지난 2020년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재임 시절 크게 부각된 바 있다. 당시 여당과 금감원이 편면적 구속력 조항을 담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면서 많은 논쟁이 이뤄졌다. 금융사 반발로 도입이 무산됐지만 대선공약에 포함되면서 다시 논란이 커질 모양새다.
다만 정은보 현 금감원장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필요하면 제도적 개선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추가적인 논의 없이 어떤 결론을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고 답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분조위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괜찮다고 본다"며 "다만 편면적 구속력 도입 시 양산될 수 있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단속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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