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블리자드 인수 등 게임사 투자 활발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글로벌 전자·IT 업체들의 게임을 향한 구애가 뜨겁다. 제품 홍보에서부터 회사의 미래를 건 신성장동력 확보까지 그 배경도 다양하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인텔코리아가 배틀그라운드 대회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크래프톤이 주관한 '킴성태 코드컵: 깐부 전쟁'이라는 대회다.
이달 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대회는 총 128명의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샌드박스 아프리카 공식 채널 및 인플루언서 개인 채널 등을 통해 중계됐다.
SK하이닉스 측은 "DDR5 D램의 인지도 제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게임 대회 메인 스폰서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대회 기간 SK하이닉스는 게이머 등 고용량 컴퓨팅 환경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DDR5 D램에 대한 마케팅을 진행했다. 최근 인텔에서 출시한 데스크톱 및 노트북 PC용 CPU가 DDR5를 최초 지원함에 따라, PC업계는 올해 DDR5의 채용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 데 이어 2021년 12월에는 업계 최대 용량인 24Gb(기가비트) DDR5 샘플을 출하하는 등 차세대 D램 표준 규격으로 향후 확대가 예상되는 DDR5 시장에서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이번 행사를 통해 DDR5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며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키워가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크래프톤이 주관하는 배틀그라운드 대회 '킴성태 코드컵: 깐부 전쟁'에 스폰서로 참여했다. [자료=SK하이닉스] |
단순 홍보를 넘어 미래 플랫폼 선점을 위한 각축전도 활발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텐센트 등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지식인에서 유튜브로, 다시 유튜브에서 로블록스로 가고 있다"면서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 그게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게이밍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제작사인 액티비전블리자드를 기업가치 687억 달러(순현금 포함)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액티비전은 콘솔·모바일·PC 등 플랫폼을 막론하고 다수의 유명 IP를 보유한 회사로, 이번 인수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와의 즉각적인 결합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윤예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게임 요소가 필수적인 만큼, B2B 메타버스에 집중해왔던 마이크로소프트가 B2C향 메타버스 서비스 구축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은 게임 화면과 유사한 가상 세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조작하는 형태로 구성된다"며 "따라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가상 세계의 그래픽 퀄리티를 필수적으로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그래픽 작업에 특화된 개발자들, 즉 게임사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이런 목적으로 액티비젼블리자드를 인수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삼성의 M&A 전략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TV·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달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형 M&A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역시 게임 시장을 관심있게 보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소니의 경우처럼 소프트웨어 측면이 아니라 하드웨어 측면에 대한 관심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일본 소니는 지난달 미국 게임 개발사 번지를 36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를 대표하는 '헤일로'를 만든 회사로, 업계는 소니의 번지 인수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니는 혼합현실(XR) 기기 등 하드웨어 쪽을 겨낭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또한 소프트웨어로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곳과 경쟁해선 상대가 안 된다. 아직까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