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임기 만료...지난해 1조원 영업손실 기록
흑자전환 기반 다졌지만 현대重 피인수 불발 아쉬움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3년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맡은 이성근(사진) 사장의 임기가 곧 만료된다. 이 사장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수장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방침을 밝힌 직후다.
취임식에서 이 사장은 "어떤 환경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독자경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기업결합을 앞둔 상황에서 독자적인 역량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대우조선해양은 또 다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달 유럽연합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가 회복되면서 대우조선해양도 수주 목표량을 초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올해에도 5일 기준 LNG운반선 5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12척 27억2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주인 찾기에는 실패했지만 과거에 비해 경쟁력은 회복하게 된 셈이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사진= 대우조선해양] |
◆ 43년째 대우조선맨...세계 최고 조선소 만들다
이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한 뒤 지금까지 40년 넘게 한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맨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 선박해양연구소장, 미래연구소장, 기술총괄, 조선소장을 거쳐 2019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19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때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시한부 자리였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한 상황에서 인수 후에는 대표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신임 대표에 오르며 대우조선해양을 진두지휘했다. 기업결합이라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이 사장이야말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사장은 기대대로 대우조선해양의 독자적 역량 확보에 힘을 기울였다. 오랜 불황 끝에 지난해 수주세가 회복돼 목표 금액인 1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도 총 12척 27억2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글로벌 수주의 최전선에는 LNG운반선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5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글로벌 LNG선 발주량이 78척인 점을 감안할 때 전체 발주량의 20%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것이다.
올해도 전망은 밝다. 우선 이날까지 5척의 LNG선을 수주했으며 총 100척 규모의 LNG선 발주가 예정된 카타르에너지 프로젝트도 있다. 카타르에너지 프로젝트는 미리 도크를 선점하는 방식의 슬롯 계약으로 조만간 계약 결과가 공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카타르 프로젝트는 지속적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전체 100척 규모가 예정돼 있고 첫 수주도 빨라 지난해와 비교해도 좋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지난 2020년 7월 대우조선해양 제1기 청년이사회 멤버 12명이 이성근 사장 (뒷줄 왼쪽 두번째)을 비롯한 경영진과 1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대우조선해양) 2020.07.22 syu@newspim.com |
◆ 결국 문제는 새 주인 찾기...내달 연임 여부 관심
이 사장은 임기 중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에 힘썼다.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중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목표 수주량을 초과 달성하면서 2~3년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올해 실적에서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나 현대중공업의 인수 불발로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사장의 대표직 유지 역시 새 주인 찾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의 관리체계를 시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 기관과 컨설팅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컨설팅 결과는 3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공교롭게 이 사장의 임기 만료와 시기가 겹치게 됐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로드맵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도 해외 매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LNG선 기술력과 방위산업 등 기술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의 인수 불발로 조선사 간 기업결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사라졌다.
이 사장의 연임 여부도 새 주인 찾기와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 역량 개발 등 그동안의 성과를 높이 평가해 이 사장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연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현대중공업 인수 불발에 대한 쇄신을 이유로 교체될 수 있다.
여전히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흑자전환의 기반을 다진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그가 현대중공업 인수 불발과 함께 물러날지 아니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지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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