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형 장기 12년 단기 7년·동생 집유 3년 선고
[대구=뉴스핌] 남효선 기자 = 자신을 키워 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10대 형제들에게 담당 재판부 판사가 선고를 마치고 박완서 작가의 소설 '자전거도둑'을 건넸다.
사연은 이렇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정일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자신의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된 A(19)군에게 장기 12년, 단기 7년형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재판에 넘겨진 동생 B(17)군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청사[사진=뉴스핌DB] 2022.01.20 nulcheon@newspim.com |
재판부는 "A군의 죄가 감히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매우 무겁고 회복될 수 없는 피해를 일으켰다"며 "다만 심리분석 의견 등을 감안하면 범행에 계획성보다는 우발성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 점,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동생 B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형사처벌 받은 적 없는 초범인 점,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형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성장환경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동생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때문에 석방한다. 보호관찰 명령을 함께 내리니 판결이 확정되면 보호관찰소에 바로 신고해서 지시에 잘 따라야 한다"며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사죄를 꼭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고를 마친 김 부장판사는 책을 한 권 건네며 "박완서 작가가 아주 예전에 썼던 '자전거도둑'이라는 단편소설이다. 꼭 읽어보고 본인의 행동도 되돌아보고 또 삶의 대해 희망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한번 고민을 해보기 바란다. 편지도 함께 넣어 뒀으니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말했다.
앞서 A군은 지난해 8월 30일 오전 대구시 서구 소재 자신의 집에서 2012년부터 함께 살아온 친할머니가 자신을 꾸짖으며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흉기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를 목격하던 친할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생 B군은 범행을 돕기 위해 형의 말에 따라 창문을 닫고 현관문 입구를 막는 등 존속살해 범행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형제는 할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범행을 자백했다.
이날 담당판사가 이들에게 건넨 책은 박완서의 성장소설인 '자전거도둑'으로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다.
nulche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