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부장(부동산 선임기자) = 있어서는 안될 사고가 벌어졌다. 철거 대상 건물도 아닌 새로 짓고 있는 건물이 와르르 무너진 것. 이같은 사고는 52년 전인 1970년 입주 직후 벌어진 서울 마포구 와우시민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처음이다.
6명이 현장에서 사망 또는 실종한 인명피해가 무엇보다 가슴 아프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붕괴사고라는 시각이다. 후진국형 건물붕괴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와우아파트는 우리나라에 아파트라는 주택형태가 막도입된 직후였고 건축업자 역시 서울시 발주를 하도급 받은 무면허 업자였던 탓에 벌어졌다. 하지만 이번엔 전세계적인 아파트 강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현대산업개발이라는 국내 주택전문건설업체의 '종가(宗家)'격인 회사의 공사에 벌어진터라 이번 사태에 시민들이 받은 충격파는 더 크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거세게 분노하고 있다. 당장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등록말소'까지 운운하고 있는 상황이며 피해 당사지자체인 광주광역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모든 현장의 중단을 처분한 상태다. 여당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을 조기에 통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물론 건설업계 전반에 대한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국민여론 역시 차갑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자로 선정된 재건축·재개발 구역에서는 잇따라 도급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고 '아이파크' 브랜드를 갖고 있는 단지들은 브랜드명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다.
자칫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건설업을 금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판국이다. '토건족'이란 전통적 적폐 취급과 함께 애꿎은 인명 피해만 안기는 쓸모없는 산업이란 인식이 급속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이 격앙된 국민 감정에 따라 단죄돼야할 가치 없는 산업일까? 후진국형 사고 한번으로 본말이 전도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번 사태는 현대산업개발이라는 회사의 총수를 처단하고 회사를 희생양으로 삼고 건설업을 적폐로 몰아붙일 기회가 아니다. 수학여행 버스 사고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나면 수학여행을 중단시키는 70년대식 대응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선 건설업은 대규모 고용과 생산이 일어나는 산업이다. 고용에 있어 서비스업보다야 못하지만 건설업은 현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 가운데 가장 높은 취업자와 고용 및 취업 유발계수를 갖고 있는 업종이다. 정부 산하 산업연구원의 산업통계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건설업종의 취업계수는 6.48로 전 산업평균 5.62를 훨씬 상회한다. 나머지 지수도 마찬기다. 고용유발계수는 8.36으로 제조업의 두배에 달하며 취업유발계수 역시 10.82로 제조업을 압도하고 있는 상태다. 농림어업, 서비스업을 제외한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 가운데 건설업은 최고 수준의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이런 건설업을 단죄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국내 SOC(사회간접자본)와 주택 건설이 서서히 잦아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경제의 주춧돌, 아니 기둥을 맡고 있는 건설업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 구조가 과연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건설업이 여전히 국가경제의 기둥이라는 사실은 단적으로 나타난다. 현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토건족'을 비판하며 '적폐'인 SOC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하지만 2022년 정부는 사상 최대인 28조원의 SOC예산을 편성했다.
이는 4대강 사업으로 25조원에 달했던 지난 2010년 SOC 예산보다도 10% 이상 많은 규모다. 2018년, 2019년 문재인 정부는 SOC예산을 대폭 삭감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25조원 이상의 SOC예산을 편성함으로써 5년간 평균치는 '이명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다.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봉인'한 건설토목 예산을 다시금 끌어올린 것이다.
지속되는 건설업자에 대한 비난, 일벌백계라는 이상한 논리에 따른 과도한 처벌들. 건설업자에 대한 차별화된 시각. 이러한 것들은 결국 국내 건설업의 위축을 가져다준다.
과거 2000년대 초반 한 대형 그룹사 총수가 이사진 회의에서 계열 건설사 사장에게 "돈 안벌어도 좋으니 욕 좀 먹게하지 말라"라고 말했다는 풍문처럼 욕먹고, 과도한 처벌을 받느니 건설을 중단하려는 대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알다시피 잇단 정부 규제로 인해 건설업은 수익률이 높지 않다. 전자, 통신, 바이오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란 이야기다. 결국 이러다가 우리도 한 30~40년 뒤엔 중동처럼 빌딩 하나 짓는데 외국기업을 불러야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는 건설업에 대해 새로운 시대개념인 안전 '테제'를 심어야할 시기로 활용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건설업을 '폐기'해야한다는 식의 비난 보다는 정부가 추진하는 중대재해처벌법, 건설안전특별법을 도입하더라도 건설업에서 이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해야한다는 것이다.
산업재해라는 부분에서 건설업은 '죄인'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2020년 기준 건설업 근로자는 약 228만명으로 제조업의 55% 선이다. 반면 재해자수는 2만6799명으로 제조업에 조금 못미치며 재해율은 1.17%로 광업을 제외한 전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갖고 있다. 다만 이같은 '다재해'는 건설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건설업은 그들이 주장하는 '과도한 규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냉정을 되찾고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소재를 밝혀 처벌하고 건설안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해야한다. 말했듯 건설업은 마녀가 아니다. 국민경제의 주춧돌이자 우리 건설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밉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기둥뿌리를 뽑을 것인가? 건설업에 대한 단죄가 아닌 안전불감증에 대한 단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