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올해 주요 증권사가 꺼내든 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임원 연령대가 대폭 낮아져서다. 또 여기에는 높은 직급을 달아주는 '직급 인플레이션' 현상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세대교체'를 앞세웠다. 기존 2총괄 16개 부문을 5총괄 19개 부문으로 개편하고, 13개 부문 대표를 신규발탁했다. 이중에는 70년대생 5명 등 40대 인사가 대거 배치되고, 업무부문 대표 평균연령은 기존 54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췄다며 성과에 따른 세대교체임을 거듭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임원 수가 100여명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운용 전체 임직원은 약 500여명으로, 5명 중 1명이 임원으로 동종업계보다 임원 수가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올해부터 전무 직급을 폐지하고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삼성은 최근 5년만에 전무 직급을 폐지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과감히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삼성증권과 삼성자산운용의 기존 전무급과 승진자는 모두 부사장이 됐다. 자연스레 직급 인플레이션이 된 모양새다.
증권사의 직급 인플레이션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외국계 증권사에선 국내 영업을 위해 거의 관행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외국계 증권사가 대졸 신입사원에게도 '이사'직함을 달아주자 금융당국이 문제삼았고, 이후 직급 인플레이션이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최근 다시 증권사 직급 인플레이션 바람이 부는 이유는 수월한 대외 영업활동을 위해서다. 외부영업이나 미팅, 딜을 할 경우 직급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증권사 기업공개(IPO) 등 기업금융(IB) 부서가 다시 활기를 띠면서 중요한 딜에서 높은 직급은 그 효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실제 기업 IPO 입찰을 따내기 위해 각 증권사 부문 대표와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다.
물론 직급 인플레이션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칫 부풀려진 직함은 대외적으로 거래처나 기관투자자, 일반투자자에게 큰 혼란을 줄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사 뿐 아니라 기업들은 대외 영업활동 외에 인사적체 문제 해소를 위해 직급의 다양화 또는 간소화, 호칭을 변경하는 등의 방법을 써왔다. 하지만 높은 직급의 매력은 희소성에 있다. 높은 직급이 많아지면 자칫 조직내 승진의 의미와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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