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개정안까지 내놨지만 불법보조금 성행 '여전'
"방통위, 불법 성지 단속에 의지없어" 유통점 울상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올해 연말도 최신 스마트폰의 최저가 단가를 알리는 네이버 밴드는 뜨거웠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출시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갤럭시S21을 0원이나 심지어는 10만~15만원의 페이백까지 제공해 판매하겠다는 공지가 지속적으로 올라온 것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1의 출고가는 99만9000원.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최대로 끌어와도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이 전부다. 사실상 40만원이 넘는 불법보조금이 이른바 불법 '성지'로 불리는 일부 온라인 매장에서 추가로 주어지고 있는 셈이다.
불법보조금 유포 행위를 단속·감시하는 규제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2020년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 상용화 당시 불법보조금을 시장을 과열시킨 이유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에 총 5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이통3사는 '온라인 자율정화협의체'를 운영하며 재발방지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통신업계에서 그 효과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연말, 새학기, 연휴 전후에는 반드시 불법 성지점과 일부 온라인 판매점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이용자에게만 수십만원의 불법보조금을 더 얹어주거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사은품을 지급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음지의 보조금을 양성화하겠다며 방통위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 개정안을 통해 방통위는 공시주기를 주 1회에서 주 2회로 단축했고 함께 발표된 추가지원금 상향안은 현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휴대폰 집단상가나 불법 성지만큼의 자본력이 없어 수십만원의 불법보조금을 줄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소규모 휴대폰 유통점의 사업자들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불법보조금 유포 행위에 대한 방통위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온라인 자율정화협의체야 말 그대로 이통3사의 '자율' 조직이니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온라인으로 옮겨간 성지의 불법보조금 살포행위에 대해 방통위가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온라인 자율정화협의체가 지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년간 오픈마켓,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카페, 기타 커뮤니티(알고사, 뽐뿌 등) 등에서 1년간 적발한 단통법 위반 게시물은 총 3만3935건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중 절반이 넘는 56.6%의 게시물은 적발 뒤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자율정화협의체와 방통위는 불법 성지 게시글이 올라오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포털사업자들이 단속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방통위가 단통법의 취지인 시장안정화보다 단통법을 통해 이통3사를 주무르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파다하다.
한 국회 과방위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단통법으로 이통3사의 불법행위를 칼 같이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남는 게 있겠어요? 차라리 단통법을 칼처럼 들고 이통3사를 압박하는 게 여러 모로 남는 장사죠. 그 힘을 놓기 싫어서라도 방통위는 단통법이 폐지되지 않게 할 겁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