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맛 구현'이 경쟁력...식품가, 기술개발·투자 강화
건강·가치소비 바람에...일반소비자까지 공략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국내 식품업체들이 대체육 기술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농심과 신세계푸드, 풀무원에 이어 CJ제일제당까지 비건(채식주의)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들 식품업체들은 '육고기맛을 대체육으로 얼마나 잘 구현하느냐'를 경쟁력으로 보고 기술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일반 소비자들까지 비건식품의 소비층으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 풀무원은 대체육 원료업체와 잇단 협약...CJ제일제당은 해외 스타트업 '투자 강화'
3일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최근 식품 소재 기업 인그리디언 코리아와 '식물성조직단백(TVP) 품질 구현 및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앞서 글로벌 식품 원료기업 다니스코뉴트리션&바이오싸이언스와도 대체육 개발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대체육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국내외 원료 기업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풀무원은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가정간편식(HMR)을 출시하면서 대체육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기존 풀무원이 선보였던 두부면, 두부텐더 등 두부를 가공한 제품에서 나아가 형태와 질감, 식감을 모두 육고기로 구현한 대체육 제품도 내놓겠다는 방향이다.
풀무원기술원 이상윤 원장(사진 오른쪽)과 IFF 정성운 상무(사진 왼쪽)가 식물성조직단백(TVP)품질 구현 및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협약서를 들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 |
CJ제일제당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식품을 선보이겠다는 의미다. 첫 제품으로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 비비고 플렌테이블 김치 등 만두와 김치를 선보였으며 추후 카테고리를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대체육, 배양육 기반의 식품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대체·배양육 분야는 CJ그룹이 최근 발표한 미래성장동력의 일환으로 꼽혔으며 탄소중립 선언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
관련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대체식품 스타트업인 미요코스 크리머리(비건버터 등), 플렌터블(대체육 개발), 시오크밋(갑각류 배양육 개발) 등에 투자했으며 해외 대체단백질 전문 펀드 중 최대 규모인 우노비스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이외에도 식품업체들은 자체 개발한 대체육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였다. 농심은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하고 연매출 1000억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는 4월에는 비건 전문음식점인 '베지가든 레스토랑'을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도 작년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하고 스타벅스와 함께 대체육 햄을 넣은 비건 샌드위치를 선보이는 등 협업 파트너를 늘려가고 있다.
◆ '건강·가치소비' 바람...채식주의자부터 일반소비자까지 공략
식품업체들이 대체육을 비롯한 비건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미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마켓 데이터가 추산한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9년 50억4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048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2023년에는 60억 3600달러(약 7조 548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1.08.13 romeok@newspim.com |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체육 제품을 공급하는 주요 식품업체는 미국의 '비욘드미트'를 수입·공급하는 동원F&B와 자체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트 제로미트'를 가진 롯데푸드 두 곳 정도에 그쳤다. 이들 업체들은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일부 소비자들을 겨냥해 각각 2018년, 2019년부터 대체육 제품을 내놨다.
그런데 작년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건강과 가치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대체육·비건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비건식품 타깃 소비층으로 기존 채식주의자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까지 공략하고 있다. 최근 육류소비 급증에 따른 반대급부로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국내 채식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올해 250만 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도 증가하면서 작년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5% 성장한 15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수출 강화를 지향하는 국내 식품업체로써는 육류 대비 식물성 식품의 수출이 더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을 꼽힌다. 검역 문제로 수출 규제가 많은 육류 제품 대비 식물성 원료 제품은 검역 등 제한이 거의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반식품에 비해 대체육 시장이 작은 것은 맞지만 연구개발(R&D) 단계에서는 대체육 원료 등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해외 대체육 시장은 확실히 커지고 있고 국내의 경우는 가치소비 트랜드가 이제 막 부상하는 등 시장 형성단계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