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운전면허 취소처분 취소해달라"…최종 승소
"형사처벌은 가능하나 행정제재처분은 부과 못해"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아파트 단지 안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형사처벌이 아닌 운전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경상북도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2016년 8월 11일 오후 10시 경 경산시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B씨가 후진하면서 주차된 차량을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내자 사고지점으로부터 약 30m를 직접 운전했다. 그는 아파트 C동 앞 주차구역 통로 부분에서 운전을 시작해 C동과 D동 사이 경비 초소 앞 부근에서 운전을 종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파출소에 임의동행됐고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으나 불응했다. 경북지방경찰청장은 이듬해 2월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동차운전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결정을 받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운전 구간이 아파트 주차구역 내 통로 부분이어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이 운전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로 연행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 요구를 받아 이를 거부하더라도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1심은 이러한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 대한 운전면허 취소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 정문과 후문에는 외부 차량의 아파트 출입을 제한하는 차단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 모든 경비초소에서 상시적으로 경비원들이 근무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A씨가 운전한 통행로 부분은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는 경찰관에게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받는 등 적법하게 파출소로 임의동행됐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의 운전장소는 해당 동 거주 주민이나 관련 방문객의 주차나 통행을 위해 이용되고 있을 뿐, 일반 차량의 통행에 이용되기 어려운 곳"이라며 "일반교통의 통행에 사용되는 도로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승용차를 운전한 장소가 도로교통법 소정의 도로임을 전제로 해 내려진 운전면허 취소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이러한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그러면서 "행정제재처분인 운전면허 취소·정지의 근거 규정인 도로교통법 제93조에는 '도로 외의 곳에서 한 운전도 포함한다'는 예외규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도로 외의 곳에서의 음주운전 음주측정거부 등에 대해서는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운전면허의 취소·정지 처분은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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