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누나로' 손주 학교 입학 앞두고 입양 신청…1·2심 "기각"
대법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 관념으로 막연히 추단해선 안돼"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조부모가 손주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23일 오후 2시 A 씨가 제기한 미성년자 입양 허가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며 관여 대법관 10명의 찬성으로 원심결정을 파기이송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2020년 5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 공개 변론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0.05.20 pangbin@newspim.com |
대법은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의 입양 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입양의 합의 등 입양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갖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 영속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밖의 다른 혜택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 및 형량해 개별적, 구체적인 사안에서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심리와 비교·형량 과정 없이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며 "조부모가 부모, 자녀 관계를 맺기 위해 입양을 청구하는 경우 후견 제도의 존재를 이유로 입양을 불허할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A 씨의 딸인 B 씨는 고등학생 무렵 C군을 임신해 출산했다. B 씨는 출산 직전 혼인신고를 했지만 C군이 태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합의 이혼을 했다.
이후 C군이 7개월이 됐을 무렵 B 씨는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며 부모 집에 아이를 두고 떠났다. 그때부터 A 씨 부부는 손주인 C 군을 양육했다. C 군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자신의 친부모로 알고 자랐고, 호칭도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A 씨는 손주가 초등학교 입학 시 이런 사실을 알고 났을 경우 받을 충격과 부모 없이 학창시절을 보내게 될 불이익 등을 우려해 일반 입양 청구를 냈다. C 군의 친부모도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1·2심은 A 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 재판부는 "조부모가 부모가 되고, 어머니는 누나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한다"며 "현재 상태 또는 후견을 통해 B 군을 양육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논의한 후 이날 최종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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