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생 두달 간 감금하며 폭행·가혹행위 지속
피해자 사망 당시 34kg…사인은 영양실조·폐렴
재판부 "반성하는 모습 없어, 살인의 고의성 인정돼"
공범 차모 씨에겐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한 뒤 폭행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들이 1심에서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공동강요, 공동상해, 공동공갈, 영리약취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0) 씨와 안모(20) 씨에게 각각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 명령도 내렸다. 이들의 범행을 도와 영리약취 방조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차모(21) 씨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해자는 피고인들로부터 감금 및 가혹행위를 당한 뒤 몸이 마르기 시작했고, 거주지를 이전할 당시 외관상으로 봐도 심하게 마른 상태였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를 화장실 감금한 이후도 대소변을 못 보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 당일 피해자의 호흡이 거칠어지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들은 피해자를 결박한 케이블 타이를 풀어주거나 화장실에서 꺼내 방에 옮기는 등 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범행 수법이 가학적인 동시에 매우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자신들을 향한 고소에 대한 보복 목적 등으로 이루어진 범행으로 사회적 비난성이 매우 크고 김 씨와 안 씨는 자신들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서부지법. [사진=뉴스핌DB] |
김 씨와 안 씨는 지난 4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피해자 박모(20) 씨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 감금한 뒤 폭행과 고문을 가해 폐렴, 영양실조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사망 당시 몸무게가 34kg에 불과했다.
검찰 조사 등에 따르면 박 씨는 김 씨와 대구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 사이였고, 김 씨와 안 씨는 대구에서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친구였다. 박 씨는 지난해 7월 김 씨가 거주 중인 서울 강남구의 한 빌라를 찾았다가 안 씨와 알게 됐다.
이후 박 씨는 지난해 10월 이들과 함께 영등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살다가 마포구 서교동, 연남동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 사이 박 씨의 가족은 박 씨가 대구에 있는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고, 박 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 당시 반소매 차림이었던 박 씨의 몸에서 폭행 흔적을 확인한 경찰은 박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박 씨를 직접 인계했다. 박 씨의 아버지는 같은달 8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김 씨와 안 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서울 영등포에서 친구들에게 네 차례 폭행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고소당했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은 김 씨와 안 씨는 올해 3월 대구로 내려가 박 씨를 데리고 상경했다. 이후 자신들의 주거지인 마포구 동교동 오피스텔에 박 씨를 감금한 뒤 허위 채무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총 4차례에 걸쳐 물류센터 등에서 일할 것을 강요했다.
이들은 박 씨를 협박해 고소를 취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경찰에 보내게 하고, 박 씨 명의로 휴대폰을 여러 대 개통해 소액결제 방식으로 578만원을 가로챘다. 또 박 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케이블 타이로 결박하고 음식을 주지 않은 채 잠을 못 자게 하는 방식으로 괴롭혔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가 건강악화로 쓰러졌지만 김 씨와 안 씨는 박 씨를 화장실에 가두고 알몸에 물을 뿌리는 등 가혹행위를 이어갔다. 이들의 가혹행위에 박 씨는 결국 6월 13일 폐렴과 영양실조로 숨졌다. 당시 나체로 숨진 채 발견된 박 씨의 몸무게는 34kg밖에 되지 않았고, 몸 곳곳에는 폭행 흔적이 남아있었다.
지난달 2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들의 범행을 도운 공범 차 씨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좁은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사망에 이르는 것을 생각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엄정한 법집행으로 보복 범죄를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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