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재 리스크 강타, 中 빅테크 대기업 휘청
전자상거래 공유차량 판도 지각변동
알리바바 디디추싱 정상 지위 위협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알리바바는 늙기 전에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고 공유차 업계의 절대 지존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아성도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중국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에 일어나는 지각변동의 재편 추세를 일컫는 얘기다.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는 알리바바 타오바오 대신 핀둬둬 더우인 콰이서우 등 생방송 신 채널 플랫폼들이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공유차 업계에선 차오차오(曹操, 조조)와 T3 등 후발 업체들이 디디추싱의 시장 파이를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한해 전인 2020년 하반기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무한 확장 방지 정책을 취하고 나서면서 중국 인터넷 신경제 판도에 신구 주전 멤버 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계 지각변동은 정부의 금융 정책을 원색 비난한 마윈의 설화가 촉진제가 됐고 공유차 업계에선 정부 의사에 반한 디디추싱의 미국 증시 상장 강행이 화근이 됐다. 여기에다 올해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는 공동부유 정책도 빅테크 인터넷 플랫폼 대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
알리바바는 신 경제의 히어로우에서 하루 아침에 '나쁜 기업'의 전형으로 낙인찍혔다. 정부 당국이 알리바바와 마윈에 압박을 가하자 중국 소비자들은 알리바바(타오바오와 티몰) 대신 징둥과 핀둬둬 더우인 콰이서우로 구매 플랫폼을 옮기기 시작했다. 상당수 중국인들은 알리바바가 주주구성으로 볼 때 '가짜 중국 회사'라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1.12.13 chk@newspim.com |
베이징의 중국인 친구는 타오바오와 달리 더우인 플랫폼에선 짧은 동영상을 즐기면서 쇼핑을 할 수 있다며 최근엔 더우인과 콰이서우에서 주로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친구는 징둥과 핀둬둬가 같은 물건이라도 싸고,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할 만큼 배송도 빠르다며 요즘엔 타오바오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판도 변화는 해당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홍콩 및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알리바바는 11월 18일 2022년 2분기(2021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순이익이 34억 위안(약 6300억원)으로 작년 동기의 265억 위안(약 4조9000억원)보다 무려 87%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07억 위안(약 37조2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9%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2074억 위안보다 낮은 실적이다. 매출 증가율도 직전 분기(33.8%)에 비해 많이 뒤쳐졌다.
알리바바 타오바오의 전자상거래 영업이 위축되는데 비해 핀둬둬와 더우인, 콰이서우 등 생방송(라이브 커머스) 위주의 신채널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시장 파이를 확대해가고 있다. 알리바바 경쟁 업체인 징둥은 알리바바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고성장 고수익 시대가 작별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몇년 후에는 더우인이 알리바바의 자리를 차지할 지 모른다"며 "창업 스므 돌을 갓 넘긴 알리바바가 늙기 전에 쇠락을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경제 분야 공유차량 업계에서도 태풍 같은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중국 공유차량 시장은 철통같은 디디추싱 독주 체제였다. 디디추싱이 중국 당국의 의사에 반해 6월 30일 미국 증시 상장을 강행하고 당국의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사진=바이두]. 2021.12.13 chk@newspim.com |
당국은 부당 경쟁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갈수록 제재의 끈을 조이고 있다. 당국은 디디추싱이 이용 고객들에게서 받아서 떼는 공제금을 낮추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신호등'을 설치해 2022년 자본의 야만적 확장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디디추싱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2022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다. 당국의 고강도 제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디디추싱은 끝내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 폐지하기로 결정하고 홍콩증시로 회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영을 원상으로 돌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이 대주주'인 디디추싱의 미국 상장이 인터넷 정보 안전을 위협한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고 소비자들은 애국주의 소비 열풍으로 호응하고 있다. 당국은 7월 초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삭제해 신규 고객 모집을 못하게 했다. 애국주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기존 사용자들도 대거 디디앱을 삭제했다.
상장 강행에 따른 감독 제재로 디디추싱은 2021년 7월 이후 경영에 재난적 상황을 맞았다. 디디추싱의 경영난은 그동안 기를 쓰지 못했던 경쟁 업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됐다.
디디추싱이 당국의 제재로 휘청대는 틈에 차오차오(曹操)추싱과 T3, 가오더다처(高德打車) 등 중국 인터넷 공유차량 업계 후발 업체들이 일제히 이용객을 늘리며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3분기 차오차오의 월 활성화 이용객은 1101만 5000명으로 대번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T3 활성화 고객도 같은 기간 986만 7000명에 달했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이용객이 1분기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8월 상하이자동차그룹 산하 헝다오추싱(享道出行)은 공상은행 등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9월에는 차오차오추싱이 38억 위안의 B시리즈 융자에 성공했다. T3은 10월 77억 위안의 A 시리즈 투자를 완성했다. 2018년 이래 공유차량 업계에 유입된 최대 규모 투자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