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종로·안성·청주 3곳 '무공천안' 유력 검토
"국힘 무공천카드 꺼내기 전에 먼저 결단해야"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3월 재보궐선거 일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차기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구는 서울 종로, 서울 서초구 갑, 경기 안성, 충북 청주 상당구, 대구 중구·남구 등 5곳이다. 재보선 지역 대부분 보수색이 강해 민주당으로선 쉽지 않은 선거가 예상된다. 일찌감치 무공천 카드를 꺼내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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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2021.10.13 kilroy023@newspim.com |
◆ 종로·안성·청주 '무공천' 검토…"명분이라도 챙기자"
민주당 무공천을 검토하는 지역은 재보선 지역 5곳 중 3곳(서울 종로·안성·청주 상당구)이다. 안성과 청주 상당구는 민주당 전 의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인해 의석을 잃었다. 종로 의석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의원직을 사퇴하며 공석이 됐다.
이들 지역 모두 민주당에 판세가 유리하지 않다. 재보선에서 의석을 되찾기 쉽지 않은 만큼 차라리 공천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귀책에 책임지는 모양새로 명분이라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고위 내부서도 일부 지역에 대한 무공천론에 의견이 다소 쏠려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정치적 상징성이 큰 종로의 경우, 승산없는 후보를 냈다가 자칫 대선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주자로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 만에 하나 청년 바람이라도 일으킨다면 대선에도 영향을 주지 않겠나"라며 "어차피 호락호락하지 않은 지역이니 지역구 하나 잃는 셈 치고 무공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낫다"고 분석했다.
무공천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을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할 경우'에만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을 치르는 사유가 당헌에 명시된 '부정부패'로 보긴 어렵다는 시선이다.
한 재선 의원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사 쉽지 않은 선거라도 일단 후보는 내고, 그 선거 결과를 오롯이 감당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과 의무 아니냐"며 "승산 없는 싸움이 그냥 후보도 내지 말자는 발상을 더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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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감염병대응정책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09 kilroy023@newspim.com |
◆ "공천하든 안하든 빨리 결정해야"…與, 이르면 내주 결정
당 지도부는 이르면 내주 중 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실리는 커녕 명분도 챙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도 무공천안을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인데, 만에 하나 무공천카드를 그쪽이 먼저 꺼내게 된다면 민주당 스텝은 더 꼬인다"고 봤다. 자칫 국민의힘이 자당 지역구였던 서초 갑과 대구 중구·남구에 대한 무공천 카드를 먼저 꺼낸다면, 민주당 무공천안이 빛 바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공천 여부에 대한) 정해진 데드라인은 없다. 다만 어느 쪽으로든 이달 내 무조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며 당내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취지로 설명했다.
송영길 대표와 이재명 후보 역시 무공천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재보선 무공천론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도 "송 대표 역시 무공천이 최선이라고 여긴다는 것을 오가는 대화 속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도 연일 당의 쇄신과 혁신을 강조해온 만큼 무공천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전에도 무공천론에 힘 싣는 발언을 한 차례 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최근 무공천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