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늘었지만 장기 불황으로 인력 감축 후폭풍
숙련 인력 돌아올 유도책 필요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8년 만에 수주 목표량을 초과 달성하면서 '슈퍼 사이클(장기 대호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200억 달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앞으로 2~3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 계약이 매출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3분기 실적 역시 한국조선해양은 흑자전환,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전분기 대부 적자 폭을 줄였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승원 산업1부 기자 |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주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들 조선 3사는 사실상 세계 LNG선박 시장에서 1~3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지난 11월까지 발주한 올해 글로벌 LNG선박 중 대부분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은 사실상 국내 조선3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가도 상승하고 있다. 선가가 상승하면 조선사들의 수익도 늘어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까지 신조선가지수는 152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가 150포인트를 넘은 것은 조선호황기였던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만큼 배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앞으로 잘 될 일만 있을 것 같은 조선업계에도 숙제는 있다. 내년부터 작업량이 늘어나는데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력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 종사자는 지난 2015년 18만명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로 지난해에는 10만여명 선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1월까지 9만여명 수준으로 가까스로 10만명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이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숙련 인력이 외부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는 지난 2016년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과거보다 절반 수준으로 인력이 줄었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내년도 조선인력이 8000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조선사 외에 협력사에 있는 인력들도 마찬가지다. 조선사들은 수주량에 맞춰 인력을 유지하면서 일감이 늘어나면 협력사와 계약한다. 하지만 수주 절벽이 이어지는 동안 협력사의 직원들마저도 조선업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에 조선사들과 정부 모두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우선 조선사들은 신규 채용에 나섰다. 한국조선해양 산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기술연수생 정원을 확대해 채용 진행 중에 있으며, 대우조선해양도 생산직 채용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도 38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숙련된 인력이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숙련된 인력들이 얼마나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여부다. 기술연수생을 채용하고 생산직 채용을 늘린다고 해도 숙련된 생산인력이 곧장 돌아오지는 않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군대로 치면 이등병이 아니라 최소 일병은 필요한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지금 호황기가 지나가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조선업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 불황 당시 인력 감축의 역풍을 이제야 맞고 있는 셈이다. 건설현장과 비교해 조선분야의 임금이 낮아진 것도 회피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외부로 떠난 조선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정부는 조선인력 양성 계획을 발표하며 직업훈련과 미래인력양성센터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여기에 숙련된 조선업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는 빠져있으며 지원책은 대형조선사 위주의 정책이다.
조선사들 역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면서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단지 일감만 늘어난다고 해서 조선소를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인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펼치면서 조선소 자체적으로도 숙련된 인력이 돌아올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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