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 기본소득에서 한 발 물러서고 있다.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고려해 유연성을 발휘하고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본인의 정책 기조가 뚜렷한 대선공약들을 하나 둘씩 철회하는 모습은 오히려 국민적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신설 공약에 대해 "불신과 오해가 많아 국민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하겠다"며 "국민이 반대하면 안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토보유세를 신설, 본인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 지급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어긋 나는 모습이었다. 국토보유세는 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천명했던 부동산 불로소득 척결과도 이어진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이 끝까지 반대해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여론을 의식한 듯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반대한다면 강행하지 않겠다는 의도임을 밝혔으나 혼란은 이미 커진 뒤였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의 한 의원은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잡겠다는 후보의 원칙은 그대로"라며 "국민들이 국토보유세에 대해 이중과세 부담을 느끼자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실용주의자 측면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국민적 분위기와 여론을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지, 이 후보의 원칙이나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연일 내세웠던 공약들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 후보의 태도는 그의 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들게 한다.
특히 현 정부의 실패로 돌아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과 분노는 크다. 문제를 확실히 잡기 위한 정책과 공약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도 저도 아니라는 평가만 받게 될 것이다.
이 후보의 정책 철회 행보를 두고 선거대책위원회 내부에서 제대로 상의되지 않은 정책을 들고 나왔다가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유연성과 실용적 측면을 자화자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당의 대선 주자가 표심에 휘둘려 정책과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지 않도록 경계할 때다.
이 후보가 국민 여론을 듣고 공감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되 경선 과정에서부터 남다른 자신감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내세운 본인의 정책 기조와 신념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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