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최근 부동산 투자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곳은 강남도 맨해튼도 아닌 메타버스다.
초월적 세상이라는 의미로, 디지털 지구라고도 지칭되는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투자 규모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게임 뿐 아니라 쇼핑과 레저, 학습까지 디지털 세계에서 이뤄지는 일상의 영역이 날로 확대되면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베팅 역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각) 디지털 데이터 분석 업체 논펑져블닷컴에 따르면 메타버스 부동산 개발 업체 리퍼블릭 렐름이 샌드박스의 땅을 430만달러에 매입했다.
퍼블릭 렐름은 비디오 게임 업체 아타리로부터 이번 디지털 부동산을 매입했다. 두 업체는 이와 별도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디지털 부동산 공동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이번 딜은 금액 기준으로 메타버스 부동산 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거래에 해당한다. 지난주 캐나다 투자 회사 토큰스닷컴이 250만달러에 디센트럴랜드의 패션 디스트릭트 부동산을 매입한 데 이어 또 한 차례 기록을 세운 셈이다.
메타버스를 무대로 개발된 부동산 자산 [사진=샌드박스] |
이처럼 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를 중심으로 점차 많은 업체들이 디지털 부동산 매입 및 개발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업체들은 사들인 부동산에 가상 주택을 세우거나 리조트를 건설하기도 하고, 쇼핑몰을 세워 분양을 하기도 한다.
토큰스닷컴의 앤드류 키구엘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는 250년 전 맨해튼의 개발 초기에 땅이나 건물을 사들였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제 시작 단계인 디지털 부동산 투자 및 개발은 주로 비디오 게임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업체들은 매입한 부지에 고객들의 아바타가 겨울 코트부터 예술품까지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을 건축하거나 아바타들이 실제와 같은 생활과 사회적 교제를 할 수 있도록 아파트와 카페를 짓기도 한다.
백화점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아바타들은 가상통화로 비용을 지급하는데 거래 품목이 커피부터 가상 요트까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가상 쇼핑몰이나 아파트를 건설해 임대하는 경우에도 가상통화로 수입을 벌어들이고, 간혹 실제 화폐로 거래를 체결하기도 한다.
문제는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에도 리스크가 없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부동산 투자보다 더 커다란 손실 위험과 불확실성이 잠재돼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실제 부동산 시장의 경우 경기 한파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적정 선에서 바닥을 찍는 반면 디지털 부동산은 이용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거나 인기가 떨어지면서 말 그대로 휴지 조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상화폐 자체의 등락에서 간접적인 손실 리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부동산 매입 당시 이더리움이 4000달러였지만 1년 뒤 100달러로 떨어질 경우 매입한 디지털 부동산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손실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업체들은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리퍼블릭 렐름은 분산 투자를 통해 손실 리스크를 낮췄고, 일부 업체들은 전문 자산 운용사들을 별도로 고용하기도 한다.
실제 부동산 개발과 같은 법적 규제가 아직 세워지지 않았지만 메타버스에서도 시장 논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특정 영역에 과도하게 개발이 집중될 경우 공급 과잉이 발생해 해당 부동산 프로젝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임대료가 적중 수준을 벗어날 경우 실제 세상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크고 작은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지만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업체들은 중장기 가능성을 크게 낙관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세상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추세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으면서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