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Omicron)의 등장에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주요 외신은 고조된 불안심리에 "조심하되 패닉하지는 말자"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내지만 우리나라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 유튜브에 새 변이 관련 영상 댓글들을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태연하다.
일부 네티즌은 '오미크론 증세가 경미하다던데 언론이 공포를 조장한다' '호들갑 떤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중에는 '코로나 감기'일 뿐이라고 일축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지난주 오미크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안젤리크 쿠체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사협회장은 자신이 진료한 새 변이 감염 환자들의 증세가 기존 델타 변이와 달리 "매우 경미하다"고 밝혔다. 주로 두통과 심한 피로감 등 감기몸살을 연상케 하는 증세 뿐이였다는 것이다.
간과해선 안 될 점은 그가 본 환자가 7명뿐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40세 이하 젊은층이었다.
그는 다음날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는 현재까지 관찰된 증상이 경미하다는 것이지, "새 변이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약 2주 뒤에는 다른 정보를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는 애매한 입장을 냈다.
남아공 보건 전문가들은 새 변이가 중증 위험이 높은 바이러스라면 앞으로 1주~2주 안에 입원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감염사례는 세계 18개국에서 보고됐다. 네덜란드의 경우 남아공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새 변이를 보고한 지난달 24일 이전에 채취한 검체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를 확인했다. 이미 델타와 함께 전 세계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WHO와 미국, 영국 등 각국 보건 당국은 오미크론 분석이 한창이다. 이르면 2주 안에 오미크론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보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감염 증세가 감기 수준으로 경미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전파력과 백신 면역보호 회피력이라고 말한다. 만일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보다 더 강해 새로운 지배종이 되고, 기존의 백신으로는 면역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의료체계에 부담이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건강한 젊은층은 경미한 증세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을 이겨낼지 몰라도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는 다르다. 또 백신 면역이 없는 아동들이 특히 위험할 수 있는데 남아공에서는 입원환자의 10%가 2세 이하 영유아라고 한다.
증세가 경미하다는 것은 일반 감기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속 검사키트로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일반 감기라고 여길 잠재적 전파자가 많아질 것이다.
오미크론 대응 백신 출고까지 화이자는 100일, 모더나는 내년초 시간표를 제시한 가운데 국가들이 너도나도 입국요건을 강화하거나 아예 하늘길을 막는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효능이 떨어진다면 이들 제약사들이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 등을 출시할 때까지, 적어도 오미크론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세계는 지금 오미크론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부부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오미크론이 국내에 유입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오미크론이 지금 유입된다면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단언했는데, 이래도 '코로나 감기'일까.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