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하락과 비용 급증의 이중고…2·3분기 이어 4분기도 적자 예상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한국전력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주가도 어느덧 52주 최저가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요금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원유, 석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부담으로 실적 및 주가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 현재 한국전력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22%) 오른 2만2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 2만1450원(2020년 11월 30일) 대비 4.2% 높은 수준이다.
앞서 한국전력 주가는 지난 연말 가파르게 상승한 뒤 연초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후 올 6월 7일 2만7150원으로 연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전력의 이 같은 주가 약세는 실적 악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764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3분기에는 이보다 손실폭이 확대, 936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데 요금은 오히려 떨어진 때문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요금 하락과 비용 급증의 이중고"라고 현 상황을 정리했다.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6% 상승함에 따라 LNG 발전량이 38% 급증한 데다, 석탄 및 유가 급등으로 SMP가 47.4% 뛰었다"며 "연료비 및 구입 전력비 급증으로 영업비용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나, 전기요금 동결 결정으로 인해 판가는 1.6%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전력의 3분기 적자 전환과 관련해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연료비(전년동기 대비 40.7% 증가한 5조6000억 원)가 늘고, 전력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NG 구입량과 REC 구입 비용 등 구입전력비(전년동기 대비 46.8% 증가한 5조7000억 원)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한국전력 최근 주가 및 거래량 추이 [자료=삼성증권] |
원가는 오르는데 요금 인상은 요원하다. 올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3원 인상하긴 했지만,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만한 정도는 못 된다는 평가다. 그로 인해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3조6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예상한다"면서 "연료비 조정단가가 상향됐지만 적자를 막기엔 부족하다. 인상이라기보단 1분기 3원/kWh 인하했던 것을 정상화한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2년 역대 최악의 적자가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요금 인상은 필수적"이라며 "나아가 안정적인 송배전 투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총괄원가 조정을 통해 기준연료비를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 2022년 영업 BEP를 위해서는 전력판매단가가 연평균 20% 증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 한국전력의 2022년 영업손실 예상치는 5조2009억 원이다. 올해 연간 영업손실 예상치 3조1214억 원보다 66.7% 증가한 규모다.
요금 인상분보다 향후 연료비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전력난에 따라 석탄가격이 10월까지 폭등했고 국제유가도 4분기까지 강세 기조가 지속되면서 비용 부담은 내년 1분기에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영업적자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적자 확대로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현 상황이 오히려 투자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리면서도 대선 등을 계기로 정책적 변화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최고운 연구원은 "2022년은 적자가 너무 커져 역설적으로 정책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유틸리티 투자는 단기 손익보다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 더 중요해 내년 적자 확대에도 반등의 기회는 존재한다. 이제 탈탄소화에 따른 비용 부담은 한국전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 안정, 해외 원전 수주 등 정책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선에서 에너지 정책은 주요 쟁점 사안으로 부각될 것이고, 이는 한전에게는 정상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