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이혼소송 중에 장인이 보는 앞에서 흉기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의 재판에서 범행 직전까지의 상황을 담은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17일 진행된 A(49)씨의 살인 및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2차 공판에서 A씨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아내를 때린 적이 없는데 아내가 이혼 소장에 무차별 폭행당했다고 적었다"며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A씨는 '사건 당일 극단적으로 화가 난 이유가 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어떤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모르겠다"며 "천벌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직전의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A씨는 피해자를 만나러 가기 전 녹음기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 "이혼소송을 기각시키기 위해서 안 때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재생된 녹음 파일에는 피해자가 겨울옷을 챙기기 위해 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들렸고 A씨가 계속해서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계속해서 이혼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녹음 파일에서 A씨는 "지금이라도 이혼소송을 취하하라"고 이야기했고 피해자는 "왜 취하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A씨는 이혼소송에 적힌 폭행 내용과 관련해 "할퀴려고 달려들어서 밀었더니 목을 졸랐다고 거짓말을 했냐"고 따졌고 피해자는 "목 졸랐잖아"라고 반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가 옷을 챙기던 중 A씨가 지난 2002년 업무상 선물 받은 일본도가 나왔고 피해자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저기 칼 있다"라고 하자 A씨는 욕설을 하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언니와 남동생도 자리했다. 이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흐느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나가는 A씨를 향해 "끝까지 치졸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지난 2004년 6월 혼인한 A씨는 아내에게 강하게 집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다. 지난 5월부터 아내가 집을 나오면서 별거 생활을 시작했고, 지난 6월 가정법원에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지난 9월 3일 오후 2시쯤 피해자가 아버지와 자기 집에 옷을 가지러 온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가 이혼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고,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8일 오후 3시40분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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