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가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이 반인권적으로 장애인들을 강제 입소시켰다"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정서를 15일 제출했다.
연구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2017년 당시 노숙인시설 인권실태조사에 민간조사원으로 참여한 바 있는 박병섭씨에 의해 서울시립영보자애원 내 다수 생활인이 반인권적인 경위로 입소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15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영보자애원 강제입소자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1.11.15 heyjin6700@newspim.com |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실태조사에 참여한 민간조사원은 생활인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입소경위의 강제성을 확인했다. 이들이 파악한 결과 영보자애원에 자진입소한 사람은 12%에 불과했고 나머지 88%는 경찰 등에 의해 강제로 입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병섭 장애인평생지원협회장은 "장애인 인권활동을 하다가 영보자애원에 있는 사람들이 강제로 입소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2017년 당시 영보자애원 입소자 10여명을 담당해 인터뷰했는데 그들은 40년이 지났지만 명확히 기억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인터뷰한 영보자애원 입소자는 1980년대 초, 결혼 후 서울로 올라온 언니 집에 방문하기 위해 경부선을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서 언니 집까지 버스를 타려고 두리번거리던 찰나 낯선 남자 여럿이 다가와 자신을 잡아갔다고 주장했다. 대방동 부녀보호소에 보내졌다가 현재 용인시 소재의 영보자애원으로 전원됐다는 것이다.
오충빈 영보자애원 피해자 유족은 "1983년 7월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미용실을 가기 위해 외출하던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며 "어머니는 어렸을 때 귀에 물이 들어가서 청각장애가 있었지만 옆집 아이들도 돌봐주는 등 사리 분별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분이었음에도 행방불명됐다가 영보자애원에서 2007년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오 씨는 2007년 5월 영보자애원에서 어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엽서를 받고 20여년 만에 어머니를 찾았지만 돌아온 어머니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오 씨에 따르면 어머니는 배변·배뇨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모시고 온 지 3년 만에 돌아가셨다. 이후 영보자애원으로부터 받은 기록카드에는 행방불명된 이후 어머니는 대방동 부녀보호소와 청량리 정신병원을 전전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정연웅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 협의회 집행위원은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이유로 수천명의 시민을 불법으로 구금하고 강제노역을 강요한 희대의 인권 유린 사건"이라며 "형제복지원 같은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도 자행됐다는 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내무부훈령 410호(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 보사부훈령 523호(부랑인선도시설운영규정) 등 법에 근거를 두지 않는 위법한 훈령을 근거로 헌법 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형제복지원이나 영보자애원 입소자들은 공권력에 의해 불법 구금 당했으며 이 과정에서 방어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 기본법)을 통해 권위주의 통치 시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를 비롯해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 협의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등은 영보자애원 대응팀을 꾸리고 진상 규명 중이다.
이들은 이번 진정서 제출을 통해 ▲공권력에 의한 불법적 인신 구속행위에 대해 면밀히 조사할 것 ▲신청인의 어머니가 영보자애원에 입소하게 된 경위와 20년 동안 어떻게 지냈고, 왜 몸이 망가진 채로 퇴소하게 됐는지를 밝힐 것 ▲입소자들이 스스로 강제수용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입소 관리 카드 등 관련 서류를 모두 확보하고 직접 피해자를 찾아낼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영보자애원 측은 인권침해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영보자애원은 "현재 입소된 생활인들은 과거 서울 대방동 남부부녀보호소에서 전원된 사람이며 영보자애원은 여성부랑자들을 강제수용 한 바 없다"며 "영보자애원은 형제복지원과 달리 서울시 인권실태 조사에서 인권침해사실이 없다고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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