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책임 문제로 갈등 격화
시장조성자 과징금 500억...관계 '급냉'
"새로운 관계 변곡점...해묵은 감정 풀듯"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갖기로 하면서 그간 냉각됐던 금융투자업계와의 관계가 개선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정 원장은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증권사 7곳의 CEO와 간담회를 갖는다. 이날 간담회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간담회에 이어 내달 2일에는 자산운용사 7곳의 사장단과 회동을 갖는다. 공모운용사 4곳과 전문사모운용사 3곳의 CEO가 자리에 나올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인턴기자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03 kimkim@newspim.com |
이번 간담회가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간 금감원과 금투업계가 사모펀드 사태, 시장조성자 과징금 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앞서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 당시 금감원이 증권사의 내부통제 미비 등을 이유로 CEO 중징계를 추진하면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문제의 증권사들 역시 강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감원과 금투업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이후 갈등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했으나, 금감원이 지난 9월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외 9개 증권사에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를 적용해 총 48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에 불만이 쌓였던 증권사들이 500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 처분 위기에 놓이자 감독당국과 업계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 원장이 취임 후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와 대화의 자리를 갖게된 만큼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 원장이 시장친화적인 기조를 내세운 데다 금투업계도 임기 초인 정 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 원장은 지난 3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상견례 자리를 가진 데 이어, 지난 9일 시중은행장 간담회 등을 연이어 잡으면서 각 업계와의 소통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과는 원래부터 껄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굳이 금감원 수장과 좋지 않은 관계를 설정할 필요는 없다"며 "특히 정 원장이 업계와 적극 소통하려는 지금 상황에서 그간의 해묵은 감정을 풀고 새롭게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금감원과 금투업계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조성자 과징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 원장이 한 발 물러난 만큼 이번 간담회의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앞서 정 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 출석해 "2016년부터 시장조성자 제도를 시행해왔는데 호가의 정정 취소 등의 과정에서 추정되는 증권사의 부당 이익에 따라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재조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로 금감원은 증권사로부터 정상참작 자료를 제출받아 현재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조치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 원장은 자산운용사 CEO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공모펀드 활성화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방안 등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와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던 만큼 비교적 증권사 간담회보다는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투업계가 최근 3년간 살얼음판을 걷는 관계를 걸어온 만큼 이번 간담회 자리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 원장도 강경한 태도보다는 합리적인 태도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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