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대표적 장기미제 사건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후 경찰 재수사…法 "살해 사실 입증 안돼"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로 꼽혔던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전직 택시기사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제주판 살인의 추억'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강간 등 살인)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택시기사 박모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박 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자신이 몰던 택시에 탄 보육교사 A(당시 27세)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자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제주 애월읍 농로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A씨의 옷이 일부 벗겨진 것과 목이 졸린 흔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사를 통해 택시기사인 박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하지만 부검의가 A씨 사망시각을 실종 당일이 아닌 1주일 뒤인 A씨가 발견된 2009년 2월 8일 오후 1시50분쯤부터 24시간 이내로 추정하면서 경찰이 추론한 박 씨 혐의를 입증하기 곤란해졌고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자 제주 경찰은 장기미제로 남았던 이 사건을 재수사했다. 경찰은 재수사 과정에서 A씨가 발견된 주변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패가 현저히 지연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A씨의 사망 시각을 2009년 2월 1일 실종 당일로 볼 수 있다고 결론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2019년 1월 박 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1심은 박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지만, 수사당국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미세섬유 증거 및 CC(폐쇄회로)TV 영상과 그 분석 결과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