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주의자라 비난받을 때도 잭슨과 협력"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정치 지도자인 제시 잭슨(Jesse Jackson) 목사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잭슨 목사 측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내고 별세 사실을 전했다.
잭슨 목사는 평생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특히 소수 인종의 권익 신장을 위해 헌신해 온 인물로, 미국 현대 민권 운동을 상징하는 거목으로 평가된다. 그는 1971년 경제 정의 실현을 목표로 '푸시 작전(Operation PUSH)'을 창립한 데 이어, 1984년에는 다양한 인종과 계층을 아우르는 '무지개 연합(National Rainbow Coalition)'을 출범시키며 흑인 민권 운동의 외연을 넓혔다. 이후 두 조직은 통합돼 '레인보우 푸시 연합(Rainbow PUSH Coalition)'으로 활동했다.
또 잭슨 목사는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해, 흑인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전역을 무대로 본격적인 대선 캠페인을 펼쳤다. 1988년 애틀랜타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는 "진보는 무한한 자유주의나 정체된 보수주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생존의 임계점에서 나온다"며, "새가 날기 위해서는 두 개의 날개가 필요하듯 흑인과 백인, 진보와 보수가 공통 분모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던져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잭슨 목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애도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그를 잘 알고 있었다"며 잭슨 목사를 "풍부한 개성과 투지,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s·실용적 지혜)를 갖춘 좋은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또 잭슨 목사를 "이전에 보기 드문 대자연(force of nature)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며 그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급진 좌파 민주당원들이 자신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럼에도 나는 언제나 제시를 돕는 일이 기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뉴욕 월스트리트 40번지 트럼프 빌딩에서 여러 해 동안 그와 그의 무지개 연합에 사무 공간을 제공했다"고 구체적으로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잭슨 목사가 요청하거나 지지했다는 각종 정책을 일일이 열거하며 자신이 이에 호응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형사사법 개혁(Criminal Justice Reform) 법안을 통과시키고 서명하는 데 잭슨의 도움 요청에 응했다"며,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하지 않았던 흑인대학(HBCUs)에 대한 장기 재정 지원을 사실상 나 혼자(single handedly) 밀어붙여 관철시켰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잭슨 목사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당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잭슨은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당선에 많은 역할을 했지만, 인정이나 공로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오바마는 제시가 참기 힘들어했던(불편해했던) 인물(a man who Jesse could not stand)이었다"고 적었다. 이는 과거 잭슨 목사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며 불거졌던 두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 말미에서 "그는 가족을 깊이 사랑한 사람이었다"며 "그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애도의 뜻을 전한다. 제시는 많은 이들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잭슨은 그리울 것(Jesse will be missed)"이라는 문장으로 추모 글을 맺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