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증가추세지만 유리천장 여전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이 지난 200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300명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ESG 열풍으로 성별 다양성 항목이 중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5% 수준에 불과해 유리천장은 견고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021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매출액 기준이고, 여성 임원은 올해 반기보고서의 임원 현황 자료를 참고했다.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연도별 여성임원 수 현황 [자료=유니코써치]2021.10.27 nanana@newspim.com |
조사 결과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32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여성 임원 수는 36명(12.6%) 늘었다.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수가 작년 6871명에서 올해 6664명으로 200명 넘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여성 임원은 되레 40명 가까이 증가한 것.
100대 기업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도 2019년 3.5%에서 작년에는 4.1%로 늘었는데, 올해는 4.8%로 지난해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여성 임원 숫자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대기업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10%를 넘어서려면 700명은 돼야 한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을 보유한 기업 숫자는 올해 65곳으로 지난해(60곳)보다 많아졌다. 그만큼 대기업 내에서 여성 임원을 보유하지 않은 기업들은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강조했다. 오는 2022년 임원 인사에도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더라도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3년만 여성임원 4명서 15명으로..."새 변화 의지 강해"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2021년 여성임원 비율 [자료=유니코써치] 2021.10.27 nanana@newspim.com |
올해 파악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72%에 해당하는 232명은 1970년 이후에 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0년 이후 출생자는 18명으로 지난해 11명 보다 7명 늘었다. 단일 출생년도 중에서는 1971년생이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을 최다 보유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55명의 여성 임원이 활약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2명으로 여성 임원이 많았다.
현대차는 2019년 조사에서 4명이던 여성 임원이 지난해 13명, 올해 15명으로 2년 연속 늘었다. 과거와 달리 현대차가 여성 임원을 중용하는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래차 개발과 관련해 유능한 여성을 적극 발탁해 현대차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임원이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전체 임원 69명 중 여성 비율이 23.2%로 가장 높았다.
◆100대 기업 여성임원 322명 중 27명은 '박사'...이사회 멤버는 4명뿐
학부 기준으로 출신대학이 확인된 여성 임원 중에서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여성 임원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21명), 서울대(20명) 순이다.
조사 대상자 중 27명은 박사 학위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학위를 받은 학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가 각 4명으로 많았다. 한양대와 포항공대 출신 박사도 각 2명씩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조사된 100대 기업 여성 임원 322명 중 사내이사로 이사회 멤버로 활약 중인 여성 임원은 4명에 불과했다. 이부진(1970년생)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한성숙(1967년) 네이버 대표이사, 김소영(1972년) CJ제일제당 사내이사, 송효진(1976년) 롯데칠성음료 상무보가 이들 그룹에 포함됐다.
오너가를 제외하고 100대기업 중 사장급 이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주인공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사장이 유일했다. 미등기임원 중 차기 사장급 1순위 후보군에는 민희경(1958년)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이영희(1964년) 삼성전자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ESG경영 열풍으로 지역·성별·출신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 '다양성' 항목이 중요해지면서 직원은 물론 일반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 인재 선호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상당수 여성 인재 육성에 대한 프로그램은 물론 여성 임원 비율도 높은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여성 인재 활용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실력을 갖춘 인재라면 성차별없이 등용시키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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