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용석 기자 =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골프협회(USGA)는 최근 내년부터 46인치(116.84㎝) 이상 드라이버를 공식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이에대해 48인치짜리 드라이버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미국프로골프(PGA) 스타 필 미켈슨은 "한심한 일"이라고 즉각 비난했다.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공식 연습라운드 12번홀에서 티샷하는 함정우. [사진= KPGA] |
44.5인치짜리 드라이버로 더 CJ컵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 역시 "드라이버 길이를 제한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 드라이버 길이가 (비거리에)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남자 골프는 폭발적인 장타가 중요하다. 평균 300야드를 훨씬 웃도는 폭발적인 장타는 어쨌든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봄 앤드 가우지(Bomb and gouge)'로 불리는, 드라이버로 350야드를 때려 놓고 웨지로 그린을 공략하는 플레이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파4에서 원온에 성공하면 커다란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은 드라이버 길이 제한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리안투어도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309.3야드를 기록 중인 장승보를 포함해 300야드 이상 장타자가 8명이나 존재한다. '루키' 김동은(24·골프존)도 299.65야드로 만만치 않은 거리를 자랑한다.
프로 23년차 베테랑 장익제(48)는 "아무래도 채가 길면 비거리나 볼스피드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1인치 차이여도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다만 채가 길면 그만큼 정교한 스윙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귀띔했다. 베테랑이지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73.59야드로 결코 짧지 않지만, "멀리 치는 게 유리하기는 하지만, 사람에 따라 자기 스윙과 거리에 맞는 클럽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 우승후보들의 생각도 대체로 비슷했다. 비거리는 '남자들의 로망'이라 긴 드라이버에 도전한 선수들이 없지 않았다. 퍼포먼스 달인 허인회(34·보난자)는 "올해 초 48인치까지 사용해봤는데, 확실히 비거리는 증가하더라"고 말했다. 허인회는 올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95.91야드로 전체 15위에 올랐다.
허인회의 추천으로 긴 드라이버를 사용했던 서요섭(25·DB손해보험)은 "46.75인치를 사용해봤는데 비거리가 늘어나기도 하고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니 좋더라. 47~48인치까지는 못써봤는데, 46.75인치라는 길이가 조금 어중간 해서 46인치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함정우(27·하나금융그룹) 역시 "긴 드라이버로 테스트를 해봤는데, 인치가 늘어나면 공이 많이 휘더라. 국내 골프장 특성상 지나치게 긴 비거리는 OB를 양산할 수 있어,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길이를 늘리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가 279.07야드(30위)인 베테랑 박상현(38·동아제약)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1~2인치 늘려서 (비거리를 늘리려고) 시도해 봤는데, 거리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더라. 오히려 채가 길어 강하게 치려면 미스샷이 나오더라. 리듬감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굳이 짧게 쓴다고 해서 거리가 짧은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솔직한 입담을 공개했다.
이재경(23·CJ오쇼핑)과 이준석(33)등은 "스탠다드(46인치 이하) 클럽을 사용하기 때문에 길이에 대한 고민은 해보지 않았다"면서도 "거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드라이버 길이 제한에 별 영향을 안 받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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