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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지학순 주교, 2심도 긴급조치 위반만 무죄…"재심 범위 외 직권판단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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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긴급조치·내란선동·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징역 15년
검찰, 긴급조치위반만 재심 청구…징역 1년6월에 집유 2년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1974년 김지하 시인(본명 김영일)이 벌인 유신헌법 투쟁운동에 연루돼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고(故) 지학순 주교가 40여년 만에 재심을 받았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이승련 엄상필 심담 부장판사)는 8일 긴급조치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심 1심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지 주교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최근 대법원이 재심 청구인이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명시적으로 주장하면서 재심을 청구한 경우 판결 전부가 불가분 관계라 형식적으로 전부에 대해 재심 결정이 났다고 해도, 주장하지 않은 재심사유를 들어서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우리 법원도 그 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대법원은 지난 7월 1970년대 유죄를 선고 받았던 80대 A씨에 대해 검찰이 재심을 청구한 사건에서 재심 사유로 들지 않은 혐의까지 직권 파기해 전부 무죄 판단한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한 바 있다.

대법은 "재심법원은 재심사유로 주장하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해서 유죄 인정을 파기할 수 없고 양형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 한해서만 심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 주교는 1974년 7월 6일 김지하 시인 등이 유신헌법 개정을 주장하면서 계획한 투쟁운동을 돕기 위해 김 시인에게 108만원을 교부한 사실을 정부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연행됐다.

이후 명동 살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머무는 조건으로 풀려났지만 양심선언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거지 제한 명령을 위반하고 이를 제지하던 공무원을 밀쳐 재판에 넘겨졌다. 지 주교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와 내란선동,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서 검찰이 2018년 재심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긴급조치 1·2·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유신헌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무효"라며 "긴급조치 1·2·4호는 당초부터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검사가 재심청구하지 않은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의 공소사실과 법률적 평가는 하나이지만 죄수는 여러 개에 해당해 다시 실체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유죄를 뒤집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으로 국가안녕질서 유지에 큰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무원 폭행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당시 민주화상황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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