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언론중재법에서 발을 뺐다.
정기국회 회기 내 반드시 법안을 손보겠다며 벼르던 민주당이었다. 불과 지난달까지 법안 심사도 일사천리였다.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부터 안건조정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까지 법안 처리를 몰아붙였다.
청와대가 손사래를 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심기를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민주당이 거기에 귀속된 것은 아니니 우리가 잘 처리하겠다."(8월 27일 송영길 당대표 뉴스핌 인터뷰)
그랬던 민주당이 돌연 급변했다. 9월 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민주당은 야당과 사흘동안 릴레이 협상을 이어갔다. 당초 27일 예정됐던 본회의는 거듭 연기됐고, 여야 간 지난한 협상이 계속됐다. 민주당이 본회의 강행처리를 할 것이란 언론 전망은 빗나갔다. 이달 마지막 본회의 상정은 끝내 불발됐다. 진짜 속내는 뭘까. 민주당 인사들이 가리킨 손 끝에는 '대장동 사건'이 있었다.
여야 협상이 계속되던 지난 29일 민주당 지도부의 A 의원을 만났다. 그는 당내서도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굳이 지금 법안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대장동 호재'다. 왜 재를 뿌려야 하나.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법안은 나중에 처리하자."
의아해진 기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지도부는 왜 며칠째 결단을 못 내리고 있나."
그는 당연하다는 듯 반문했다. "결단을 너무 빨리 내려도 욕 먹는다. 장고 끝에 결론 내리는 모양새가 낫지 않겠나."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 전개됐다. 이날 오후까지 여야 원내대표는 끝내 법안 처리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고,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의원들은 지도부에 결정권을 위임했다. 다시 공을 넘겨받은 당 지도부는 비공개 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론 지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마주친 B 의원이 농을 던졌다. "민주당이 원래 기자들 말을 잘 듣지 않나."
여야는 국회 내 특위를 꾸리고 연말까지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사실상 현 정부 임기 내 처리는 물 건너 갔다.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이 다시 입법 강드라이브를 걸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언론중재법은 '가짜뉴스로 피해 본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민생법안'이라고 줄기차게 외쳤던 민주당이다. 그 '민생법안'은 장기판 위 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이날 저녁 개정안 입법을 추진했던 C 의원을 만났다. 그가 분개했다. "법안 처리가 나가리됐다(무산됐다). 화나 죽겠다."
하소연을 듣고있던 기자도 "나도 화난다"고 따라 말했다. 입 밖으로 꺼내고 싶었던 영화 '기생충' 속 명대사는 속으로 삼켰다. '얘들아, 너희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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