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설계‧소프트웨어‧배터리 등 화재원인 다양해
'전기차 시대' 거스를 수 없는 흐름
배터리사, 품질이슈 해결 집중해 성장성 유지해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가운데 연이은 화재로 인한 안전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발생 확률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높지 않은데 개별 화재가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배터리 안전성에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화재 확률이 낮다는 점과 화재의 원인이 차량 설계와 소트웨어 오류, 배터리 등 다양하다는 점에서 과도한 불안감은 친환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코나EV 이어 쉐보레 볼트EV까지 연이은 화재 리콜에 업계 '속앓이'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자동차의 코나EV와 미국 GM의 쉐보레 볼트EV의 리콜이 이슈가 됐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업체인 테슬라의 '모델S'와 '모델X'에서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재 위험이 있어 리콜을 결정하기도 했다. '모델S'와 '모델X'는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사진=한국GM] |
여기에 최근에는 노르웨이 홀멘에서 푸조 e-208 차량이 충전 중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해당 차량에는 중국 CATL의 NCM811 배터리가 탑재됐는데 중국 광저우기차(GAC)의 아이온S에 공급된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온S는 지난해 수 차례 화재가 발생하며 관련 조사가 진행중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화재 등 이슈가 발생할때 안전과 신뢰도에 심혈을 기울여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고 리콜을 결정하는데 역설적으로 리콜을 반복할수록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상황을 맞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안전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 전기차의 도입 초기 단계이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화재 확률을 비교할 공신력 있는 통계가 부족하다.
그렇지만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확률이 높다고 단정할만 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여전히 내연기관차의 화재도 많고 리콜 이슈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전기차 화재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산업이기 때문에 각 화재별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미국의 테슬라는 지난 2018년 자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일한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의 화재 확률이 내연기관차의 10분의 1 이하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내연기관차는 10억 마일당 55건의 화재가 발생한 반면 전기차는 75억마일당 4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 리콜 단행 전기차, 배터리 업계 1~4위 선두 업체들...점유율 70%↑
이와 함께 글로벌 선두 배터리 업계가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리콜이 단행된 전기차에는 배터리 업계의 선두 업체 제품이 장착돼 있다. 화재 및 리콜 등이 있었던 전기차에는 LG에너지솔루션, CATL, 파나소닉, 삼성SDI 등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들 4곳 업체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글로벌 시장점유율 1~4위에 오른 업체들로, 이들이 차랑용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테슬라 배터리 충전 시설 [사진=블룸버그] |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많이 나와있는 배터리일수록 화재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은 확률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시장 점유율이 높은 배터리 제조사들의 배터리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만의 문제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차량 설계 문제, 소프트웨어 오류, 배터리 이슈 등 매우 다양하다"면서 "전기차 화재는 종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기차나 관련 부품이 습도나 온도 등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은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면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여러 번의 사례를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면서 불가피하게 겪는 '성장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화재 등 관련 이슈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 되기에 앞서 화재 원인 검증과 함께 안전성 입증, 강화를 위한 자동차 업계과 배터리 업계의 적극적인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지금은 전기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지금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