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 급증
중위권 감소하면 '양극화' 현상 심화
교육당국은 등교수업만 집작, 다각적 해법 모색해야
[편집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반 넘게 이어지며 교육현장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력격차. 등교중단에 따른 비대면 수업 확대로 학습 집중도가 흐려지며 중위권 학생들이 소멸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교육당국은 등교수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학력격차 문제를 진단하고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코로나 시국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도 이른바 '학력격차'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었던 학력격차가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위기와 마주하면서 대처 불가능한 수준까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학력격차의 심각성은 각종 조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교육부가 지난 6월 공개한 '2020년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모두 전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을 의미하는 '1수준' 비율이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기초학력 미달(1수준) 학생 비중 변화. [출처=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교육부)] 정광연 기자 = 2021.09.01 peterbreak22@newspim.com |
고3의 경우 국어는 4.0%에서 6.8%로 늘었으며 수학과 영어 역시 각각 9.0%에서 13.5%, 3.6%에서 8.6%로 증가했다. 중3은 국어 4.1%에서 6.4%, 수학 11.8%에서 13.4%, 영어 3.3%에서 7.1%로 늘어났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등교수업 축소와 비대면학습 증가 등으로 기초학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수학의 경우 고3, 중3 모두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10%를 넘어선다. 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이른바 '수포자'라는 것으로 이는 교육체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기초학력 미달 비중 증가와 함께 중위권 학생들도 빠르게 감소하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에 따른 중위권 학생 비중 변화 추이. [출처=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정책연구소] 정광연 기자 = 2021.09.01 peterbreak22@newspim.com |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 전후 중학생 학교성취 등급 분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2 중위권 비율은 코로나 전인 2018년에 비해 2020년 국영수 모두 10%p 가까이 급감했다.
가장 심각한 과목은 수학으로 44,4%에서 34.2%로 10.2%p나 감소했으며 국어와 영어는 각각 58.2%에서 49.4%, 44.1%에서 35.1%로 줄었다.
이처럼 하위권 비중은 늘고 중위권 비중은 감소한다는 건 결국 상위권과 하위권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발생 이후 교육현장에서 어느 수준에 기준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반면 사교육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함께 실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전년 32만2000원에 비해 10.1% 줄었지만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지출은 43만4000원으로 오히려 0.3% 가량 늘었다.
특히 사교육 참여 비중이 큰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2.5%와 5.2% 증가한 49만2000원과 64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후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커졌음을 의미하는 지표다.
코로나 이후 학생 1인당 사교육비 변화 추이. [출처=2020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교육부·통계청)] 정광연 기자 = 2021.09.01 peterbreak22@newspim.com |
여기에 지난해 월소득수준이 200만원 미만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000원에 불과했지만 800만원 이상 가구는 50만4000원에 달하는 등 빈부 격차에 따른 사교육비 차이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렇듯 학력격차는 코로나 사태를 분기점으로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치닫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등교수업 정상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수많은 악재가 몰리며 발생한 복잡한 사회문제임에도 학교내 수업 안에서만 해법을 찾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력격차는 코로나로 심해졌을 뿐 기본적으로 교육의 '불공정'에서 비롯된 문제다. 단순히 등교수업이 정상화 된다고 해결될 수 없다"며 "코로나에서 원인을 찾는 게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접근방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