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전자발찌 훼손 사례 11건 발생
보호관찰관 1명이 17.3명 관리…역량 부족
전자발찌 훼손자 실시간 동선 파악도 한계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던 50대 남성이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죄 예방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감독 대상 범죄자가 정부의 감시망을 뚫는 사례가 꼬리를 물면서 법무부의 전자감독 시스템 무용론으로까지 번질 태세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 사례는 2018년 23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줄긴 했지만 올해 들어 이미 11건에 달했다.
지난 27일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던 A(56)씨는 전날인 2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자수해 도주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센터를 방문해 법무부의 '전자감독시스템(U-Guard)'과 경기도의 '안전귀가서비스'를 연계한 '전자감독 생활안전서비스' 시범실시를 위한 제반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2021.07.26 kilroy023@newspim.com |
최근 들어 A씨처럼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착용한 상태에서 재범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 21일 전남 장흥군에서 한 성범죄자가 야산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했지만 8일째 잡히지 않고 있다.
또 17일엔 과거 성범죄로 복역 후 출소한 50대 남성이 인천시 남동구 한 다방에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60대 여성 업주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발생했다.
특히 전자발찌 부착 성폭력 사범의 재범률도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폭력 사범 재범은 2016년 58건(재범률 2%), 2017년 66건(2.2%), 2018년 83건(2.5%), 2019년 55건(1.7%), 2020년 41건(1.3)%) 발생했다. 살인과 강도의 경우 재범률은 각각 0.1%, 0.2%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피해자와 국민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8.30 pangbin@newspim.com |
문제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관리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전자감독 대상자는 올해 7월 말 기준 4847명이다. 이에 반해 전자감독 인력은 올해 7월 281명이다. 보호관찰관 1명이 관리해야 할 대상자가 17.3명에 달한다.
법조계 안팎에선 A씨와 같은 재범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전담보호관찰관을 지정하는 등 1대1 관리·감독이 이뤄지거나 전자발찌 대상자를 관리 인력 당 10명 이하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전자발찌 훼손 직후 착용자의 실시간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도 한계로 지적된다. 전자발찌 착용자 통제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서 일괄 통제하고 있는데 경찰과 실시간 위치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센터는 전자발찌 훼손 즉시 이를 감지한 뒤 경찰과 관할 보호관찰소에 고지하게 되고 그때야 수사기관의 검거 작업이 이뤄진다. 경찰과 실시간 공유 체계가 이뤄진다고 해도 동선 파악에 핵심 단서인 폐쇄회로(CC)TV 확보도 쉽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착용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지역 CCTV 관제센터에 확인하는 방식으로 추적을 실시하고 있지만 서울의 경우 25개 지자체 중 관제센터와 실시간으로 연계돼 있는 곳은 11곳 뿐"이라며 "연계가 안 된 지역은 지자체를 방문해 영상을 받아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CTV 연계 사업은 국토부와 지자체가 같이 하는데 예산문제로 한꺼번에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 연계 완료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지자체와 CCTV 연계가 안 된 서울 지역은 마포·성동·은평·서초·구로·양천·동작·강남·서대문·강서·도봉구 등에 달한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