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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차별에 저항" 전신 유니폼·X 표시...올림픽을 바꾼 MZ세대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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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성소의 인턴 기자 =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선수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유독 자주 목격됐다. 독일의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은 성적 대상화를 거부하며 전신 유니폼을 입었고, 독일의 하키 선수들은 성 소수자 커뮤니티와 연대하는 의미에서 무지개색 손목밴드를 착용했다. 흑인이자 성소수자인 포환던지기 선수는 시상대에서 X자 표시를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무릎 꿇기, 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 등 성적·인종적·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선수들의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들도 포착됐다. 선수 개인의 신념 표현을 터부시하던 올림픽 무대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신호영 인턴기자 = 미국의 포환 선수 레이븐 손더스(25)가 지난 1일 포환던지기 메달 시상식에서 머리위로 두팔을 교차해 'X'자를 그리고 있다. 그는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19m 79를 던져 중국의 궁리자오(20m 5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2021.08.02 shinhorok@newspim.com

◆자기 의사 표현 꺼리지 않는 MZ세대…IOC도 규제 완화

변화의 중심에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선수들이 있었다. MZ세대는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인권과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세대로 꼽힌다. 특히 이들은 지난 2018년 미투 운동과 지난 2019년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운동 등을 몸소 경험한 세대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2019년 MZ세대의 특성으로 기후변화, 인종 평등, 성 평등 등을 위한 활발한 정치 참여를 꼽았다.

MZ세대의 이러한 특성이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포착된 풍경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요즘 세대의 운동선수들은 자신이 쥐고 있는 힘을 알고 있다"며 "사회정의 옹호를 위해 자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수들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적 선전" 관련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유색 인종 선수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주먹을 치켜들거나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제스처를 취는 것은 이전에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올림픽 헌장 50조에 따라 선수들의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이 엄격하게 금지되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복장, 액세서리 등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롭게 발표된 지침은 "사람, 국가, 조직 또는 그 존엄성에 반하지 않고 파괴적이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장소와 시간도 '경기 중', '시상대를 제외하고'로 이전보다 폭넓게 완화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타 선수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제스처를 취하는 게 가능해졌다. 복장, 액세서리 등을 활용한 정치적 표현도 활발히 할 수 있게 됐다. 

23일 펜싱 경기가 치워지는 마쿠하리 멧세 홀의 모습. [도쿄 로이터=뉴스핌] 2021.07.23. shinhorok@newspim.com

뉴스핌 집계 결과,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성적·인종적·사회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제스처를 한 사례는 10건이었다. 복장과 액세서리로 표현한 사례도 5건이었다. 

이렇게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비언어적으로 의사 표현을 한 15건의 사례 중 무릎을 꿇는 세레모니가 6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여성 선수들의 전신 유니폼 착용이 총 3건으로 뒤따랐다. 성 소수자 연대 표시로 무지개색 손목 밴드를 착용한 사례, 성 폭력 피해자와 연대 표시로 핑크 마스크를 착용한 사례도 1건씩 존재했다.

◆"모든 차별에 저항" 여자 축구 선수들의 단체 무릎꿇기

[도쿄 로이터 = 뉴스핌] 성소의 인턴기자 = 6일 일본 요코하마 국제 경기장에서 스웨덴의 한나 글라스와 캐나다의 니콜 프린스가 경기를 앞두고 무릎을 꿇고 있다.

포문을 연 건 영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었다. 영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달 21일 일본 삿포로 돔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칠레와의 경기에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스포츠에서 '무릎 꿇기'는 의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영국 대표팀이 보여준 세리모니는 인종차별과 성적차별 등 모든 차별에 대한 저항을 아우르는 표식이었다. 영국 대표팀의  주장 스테프 호튼은 "모든 형태의 차별과 싸우고 싶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세리모니를 한 배경을 설명했다. 영국 대표팀의 세리모니에 힘입어 미국, 스웨덴, 칠레, 뉴질렌드 등 5개국의 여자 축구 태표팀도 경기 전 무릎 꿇기 세리모니에 동참했다. 

◆무지개색 발목 밴드 착용..."성 소수자와 연대" 

[도쿄 로이터=뉴스핌] 성소의 인턴기자 = 1997년생 올해 24세인 독일 여자 하키 대표팀 주장 나이키 로렌츠는 지난 달 25일 성 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밴드를 발목에 차고 경기에 출전했다.

올림픽에서 금기와도 같았던 '무지개색 액세서리'를 착용한 선수도 있었다. 1997년생 올해 24세인 독일 여자 하키 대표팀 주장 나이키 로렌츠는 지난 달 25일 성 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밴드를 발목에 차고 경기에 출전했다.

로렌츠가 경기에서 무지개색 발목 밴드를 찬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년 간 로렌츠는 성 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대회 때마다 꼬박 이 밴드를 차고 경기에 나왔다. 선수들의 정치 표현에 엄격한 올림픽 무대 만큼은 예외가 될 뻔했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선수들의 무지개색 액세서리 착용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로렌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조직위의 결정이) 진작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자격이 있다"고 밴드를 착용한 이유를 밝혔다. 

◆포환 던지기 선수의 'X'자 표시

[도쿄 로이터=뉴스핌] 성소의 인턴기자 = 1996년생의 미국의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25). 2021.08.07 soy22@newspim.com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1996년생의 미국의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 레이븐 손더스(25)다. 손더스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포환던지기 결승에서 2위를 기록하며 시상대에 올랐지만, 시상식에서 팔로 X자를 그려 논란을 샀다. 

성 소수자이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손더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억압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만나는 교차점"이라며 X자 세리모니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젊은 세대에게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고, (나의 정체성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성애자이자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 적극 드러내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는 의미다. 

손더스의 시상식 몇 분 뒤에는 미국 펜싱 국가대표 레이스 임보든이 남자 플뢰레 단체전 동메달 시상식 때 오른손 손등에 X를 그리고 나온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주목을 받았다.  

◆여성 체조 선수들의 '유니폼 반란'

[도쿄 로이터=뉴스핌] 성소의 인턴기자 = 독일 여자 체조의 김부이(32), 파울린 샤이퍼(27), 엘리자베스 세이츠(27)는 성적 대상화를 거부하는 의미에서 발목까지 덮이는 전신 유니폼인 '유니타드'를 입었다.

여성 선수들의 '유니폼 반란'도 이번 올림픽의 진풍경 중 하나였다. 독일 여자 체조의 김부이(32), 파울린 샤이퍼(27), 엘리자베스 세이츠(27)는 성적 대상화를 거부하는 의미에서 발목까지 덮이는 전신 유니폼인 '유니타드'를 입었다. 여자 기계체조 선수들이 대회에서 주로 입는 의상은 보통 원피스 수영복이다.

대표팀의 사라 보스(21)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마음이 놓인다. 모두 유니타드를 입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유니타드를 입는 게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핑크색 마스크 착용한 미국 펜싱 에페 남자 대표팀

[도쿄 로이터=뉴스핌] 성소의 인턴 기자 = 지난 달 30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남자 에페 단체전 16강 경기에서 미국의 예세르 라미레즈와 일본의 야마다 마사루가 대결을 벌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는 의미에서 '핑크색 마스크'를 쓴 선수들도 있었다. 미국 펜싱 에페 남자 대표팀 대표팀이다.

계기는 후보 선수로 선발된 앨런 하지치의 성폭력 전과였다. 하지치는 국가 대표로 선발된 후 대학 시절 성폭력 전과가 알려지면서 그의 출전 자격을 두고 미국 내 많은 논란을 샀다. 미국의 스포츠 인권기구는 하지치에게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하지치의 항소가 받아들여지면서 징계는 해제됐다. 하지치가 이번 도쿄행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미국 남자 에페팀은 성폭력 가해자인 하지치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대신 하지치의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의미에서 모두 핑크색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올랐다. 반면 하지치는 홀로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정치적 중립을 절대적 룰로 여기던 스포츠계에도 MZ세대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외신에선 이를 두고 "새로운 올림픽 행동주의(액티비즘)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사회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전개되면서 MZ세대 운동선수들도 자신의 영향력을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soy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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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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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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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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