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조용준의 시시콜콜] 고 강신옥 변호사에 대한 짧고도 긴 추억

기사입력 : 2021년08월04일 18:14

최종수정 : 2021년08월05일 09:06

세계 사법사상 처음으로 변론중 법정구속 당한 인권변호사 1세대
"사법살인에 동조하느니, 피고인들과 같이 피고인석에 앉겠다"
악법에 대한 저항권 행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중대한 판례 남겨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지난 7월 31일 강신옥(姜信玉) 변호사가 타계했다. 향년 85세.

경북 영주 출신인 강신옥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고등고시 행정과(10회), 사법과(11회) 양 과를 합격하고, 1962년에 판사로 임용되었다. 판사 생활을 1년 3개월 쯤 하다가 5.16 쿠테타로 권력을 잡은 당시 박정희 최고위원시절 정치적 이유로 경주지원으로 좌천되는 인사를 당해 사법권 독립이 되지않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항의의 의사 표시로 판사직을 사임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1964년 1월 13일 <법률신문>에 실린 그의 '퇴관(退官)의 변(辯)'의 내용 일부를 보자.

"하나의 인격체인 인간이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수단으로 취급받았을 때의 불쾌감은 비길 데가 없는 것이다. 불쾌한 허사(虛事)에 대한 나의 응수가 나의 장래를 그르친 경박한 것인지 아니면 겸손의 미덕을 모르고 한 행동이었는지는 시간을 두고 판단할 것이다. 이젠 나 자신이 나의 군주이니 나 자신에게 성실할 것이고, 나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리라. 자유는 마음껏 즐겨보는 대신 그 결과는 운명으로 감수하고 책임질 각오나 단단히 가져야겠다. 끝으로 부디 앞으로는 대법원의 인사행정에 확고한 불문률이라도 세워 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행정을 바랄 뿐이고, 나의 문제를 내가 말하게 된 용렬함을 독자제현은 용서하시기를."

이후 그는 박정희 정권에서 인민혁명당 사건(1965),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3.1 민주구국선언 사건(1976), 10.26 사건(1979), YWCA 위장결혼식 사건(1979) 등을, 5공 당시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1986) 등의 피고인들을 변호한 대표적인 1세대 인권 변호사로 거듭났다. 1974년 4월에 발생한 민청학련 사건 변론을 하다가는 세계 사법사상 처음으로 변론중인 변호사가 법정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 또한 박정희 전대통령을 살해한 10. 26 이후 김수환 추기경의 부탁으로 김재규 전중앙정보부장을 변호했다.

나는 강신옥 변호사가 대통령긴급조치 위반과 법정모욕으로 피소된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88년 3월 4일 직후 강변호사를 만나 취재한 적이 있다. 기자가 된 지 갓 일 년여가 지난 애송이 기자 때였다. 역시 전두환 일당의 서슬퍼런 군부독재 치하에서 사법부는 굴종의 침묵을, 검찰은 쿠데타 세력의 앞잡이를 하고 있었던 시절이었으므로, 강변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비상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 때 나는 취재에 참조하라고 강변호사로부터 판결문 복사본을 전해받았는데, 이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사진).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강신옥 변호사에게 무죄판결을 한 판결문. 2021.08.04 digibobos@newspim.com

이 판결문에는 인간 강신옥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발언을 통해 너무 잘 나타나 있다. 그 일부를 인용해본다.

"이러한 사건(민청학련의 긴급조치 위반)에 관계할 때마다 법률 공부를 한 것을 후회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본 변호인이 학교에 다닐 때 법이 권력의 시녀, 정치의 시녀,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번 학생들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법은 정치의 시녀, 권력의 시녀라고 단정하게 되었다. 지금 검찰관들은 나라 일을 걱정하는 애국학생들을 내란죄니, 국가보안법위반, 반공법위반, 대통령긴급조치위반 등을 걸어 빨갱이로 몰아치고 사형이니 무기니 하는 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법을 악용하여 저지르는 사법살인 행위라 아니할 수 없고, 본 변호인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그리고 직업상 이 자리에서 변호를 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피고인들과 같이 피고인석에 앉아있겠다."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좋으며 악법과 정당하지 못한 법에 대하여는 저항할 수도 있고, 투쟁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학생들은 악법에 저항하여 일어난 것이며, 이러한 애국학생들인 피고인들에게 그 악법을 적용하여 다루는 것은 역사적으로 후일에 문제가 될 것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판결문 내용 일부. 2021.08.04 digibobos@newspim.com

과연 사법부는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특권층과 있는 자들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서민과 없는 자들에게는 잔혹할만큼 서슬퍼렇다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원성이 여전히 강한 작금의 세태에서 강신옥 변호사, 그리고 그에 대해 무죄판결을 한 판사들이야말로 참 법조인의 사표라 하겠다

아울러 당시 판사 최공웅(재판장), 임승균, 손평업의 판결문 내용도 두고두고 인용될 가치가 충분하다. 판결문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이념으로 하는 우리 헌법은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피고인의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당사자주의'를 택하여 국가권력을 배경으로 경험과 법률 전문지식을 가지고 유죄판결을 얻으려는 검찰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무기 평등을 기하기 위하여 변호인의 조력을 얻을 권리를 보장한다.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변호인의 자유로운 변호활동에 기한 변호권 또한 피고인의 헌법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이 보장하는 절대권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제는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법치주의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현대에 이르러 법의 배후에 있는 힘을 공공연하게 승인하여 권력자는 어떠한 악법이든지 만들어낼 수 있으며 얼마든지 독재를 할 수 있다는 법실증주의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보편적이고 영구적인 정의, 질서가 존재한다는 자연법론적인 법철학 입장에서 변호인이 법정에서 악법에 대한 저항투쟁으로서 저항권 행사의 주장을 하였다하여 재판을 방해하거나 위협할 목적으로 법정을 모욕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음이 또한 명백하다."

마지막으로,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후세의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악법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특히 일제가 한반도 강점과 억압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과장해 꾸며낸 말에 불과하다.

digibobos@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재계 총수들, '트럼프 Jr' 만남 총출동 [서울=뉴스핌] 서영욱 남라다 김아영 조민교 기자 = 3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려는 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사업 현안을 전달하고 정책적 협력을 요청하기 위한 행보다. 트럼프 주니어와 재계 인사들의 면담은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의 한 구역에서 열렸다.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건물이다. 건물 주변에 많은 취재진이 대기 중이지만, 철저한 보안으로 인해 오고 가는 재계 인사들을 마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오전 트럼프 주니어가 묵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인근 커피 매장에서 포착된 김동선 부사장(왼쪽)과 김동원 사장 [사진=독자 제공] 이날 오전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3형제가 트럼프 주니어를 만난 재계 인사 중 가장 먼저 언론에 포착됐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모듈 일관 생산단지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조성 중이다. 연간 8.4GW 규모의 이 시설은 약 13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높여 미국의 자국 우선 조달 정책에 대응하고 관세 부담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화그룹은 방산·조선 사업에서도 미국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호주의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 지분을 확보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오스탈은 앨라배마와 샌디에이고에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 해군 소형 수상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롯데그룹도 트럼프 주니어와의 접촉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과 인도네시아 출장에 나섰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이날 오전 귀국해 트럼프 주니어를 만났다. 롯데는 미국 뉴욕 시러큐스에 보유한 바이오 공장을 중심으로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바이오기업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임상 물질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공장에서 첫 양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내 관세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설비 확충과 고객사 확보에 나선 롯데는, 신 부사장을 통해 트럼프 주니어와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탑승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5.04.29 choipix16@newspim.com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이날 트럼프 주니어와 비공개 개별 면담을 가졌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신공장을 짓고 있다. 총 70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미국 시장 내 K푸드 수출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미국 내 식품 수출 시 애로사항과 관세 이슈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 이해진 네이버 의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등도 트럼프 주니어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이날 "인공지능(AI)과 테크,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상호 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 나눴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도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려는 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트럼프 주니어의 방한은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재계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트럼프 주니어는 곧장 정 회장 자택으로 이동해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재계 면담이 끝나는 대로 이날 밤 출국할 예정이다. syu@newspim.com 2025-04-30 14:24
사진
'김문수·한동훈' 최종 승자는 누구 [서울=뉴스핌] 박서영 김가희기자 =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결선 진출자에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반탄(탄핵반대)파 김 후보와 찬탄(탄핵찬성)파 한 후보가 2파전을 겨루게 된 가운데 최종 1인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오후 3차 경선에 진출할 후보자 2명을 발표했다.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탈락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가나다순) 후보와 한동훈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04.29 pangbin@newspim.com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경선 결과를 발표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어 3차 경선으로 이어지게 됐다"며 "우리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깊이 고민하시고 이번 투표에 참여해주신 존경하는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2강 후보에 진입한 김 후보는 "한 후보와 같이 마지막 경선을 하게 된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미래가 창창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 후보께서 많은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한 후보는 "어려운 대선 상황에서 김 후보와 제가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2인 3각의 마음으로 하나의 후보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맞서야 한다"며 "남은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고 함께 이재명과 싸워 이기는 한 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홍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직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입당시켜, 3차 경선에 진출하는 2명의 후보와 '원샷 국민 경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그 부분은 조금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도 아직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금 제가 답을 드리는 것 자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이고 당에서도 생각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차차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 후보는 한 대행을 포함한 '원샷 경선'이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머지 (탈락한) 6명은 치열한 과정을 통해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갑자기 (한 대행이) 들어와서 여기서 경선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전통이 있고 룰이 있는 정당"이라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진출에 실패한 안철수 후보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5.04.29 pangbin@newspim.com 한편 이날 결선 문턱을 넘지 못한 안 후보는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이재명을 막고 정권교체 이루는 데 제 힘을 바치겠다. 우리 당의 승리가 국민 승리고 역사의 승리"라고 소회를 전했다. 홍 후보는 이날 결선 탈락을 끝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 후보는 "정치인생을 오늘로서 졸업하게 되어 감사하다. 이제 시민으로,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좀 편하게 살도록 하겠다. 이번 대선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앞서 지난 27∼28일 진행된 국민의힘 2차 경선은 당원투표 50%, 국민 여론조사 50%의 룰이 적용됐다. 당원 투표엔 76만5773명 중 39만4명(50.93%)이 참여했고 국민 여론조사는 5개 기관에서 6000명(역선택 방지 적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결선에 진출한 김 후보와 한 후보 중 누가 앞섰는지 알 수 없다. 이날 3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 후보 2명은 오는 30일 양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다음달 1∼2일 양일 동안 선거인단 투표(50%)·국민 여론조사(50%)를 거친 후 같은달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1명을 선출할 계획이다. seo00@newspim.com 2025-04-29 15:4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