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2.79대 1...증거금 1조8000억원 그쳐
'중복청약 금지' 카카오뱅크보다 흥행 부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고평가 논란 속에 공모주 청약을 시작한 크래프톤이 첫날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청약 경쟁률은 3대 1조차 넘기지 못했고 청약 증거금도 1조8000억원 가량 모으는데 그쳤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약을 진행한 결과, 청약 경쟁률 2.79대 1을 기록했다. 증권사 별로 살펴보면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3.75대 1로 가장 높았고 NH투자증권이 2.39대 1, 삼성증권이 2.04대 1로 집계됐다. 청약 경쟁률은 접수 1시간 만인 오전 11시쯤 겨우 1대 1을 넘는 등 청약 접수 초반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크래프톤이 26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진행, 향후 성장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 [사진=크래프톤] |
청약 증거금은 미래에셋증권 8920억원, NH투자증권 5139억원, 삼성증권 3958억원으로 총 1조8017억원을 쌓았다. 청약 건수는 3개 증권사를 합쳐 13만2900건으로 나타났다.
이날 크래프톤의 청약 결과는 카카오뱅크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6일 청약 첫날 증거금 12조428억원을 쌓았고 경쟁률은 37.8대 1을 기록하는 등 크래프톤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달리 중복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크래프톤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의 부진한 첫날 청약 결과는 고평가 논란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고평가 논란에 공모가를 한 차례 낮추기도 했다. 당초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희망 밴드를 제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뒤 공모가 범위를 40만∼49만8000원으로 5만원 가량 낮췄다.
다만 크래프톤은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희망밴드 상단인 49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보면 크래프톤의 공모 규모는 4조3098억원으로 확정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24조3512억원 수준이다. 이는 현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8조463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크래프톤 청약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공동 주관사는 NH투자증권, 인수회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증권사별 청약 물량은 미래에셋증권이 79만 6189주(36.8%)로 가장 많고 NH투자증권 71만 8301주(33.2%), 삼성증권 64만 968주(30.0%)다.
크래프톤은 오는 3일 오전 10시부터 공모주 청약을 재개할 예정이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