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IT 산업에서 전세계 상대로 크래프톤처럼 할 수 있는 회사 얼마 없어"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크래프톤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불거진 고평가 지적과 관련, "저평가로 보는 이들도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만큼 향후 성장성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6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고평가) 지적이 있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저평가 지적도 있다"며 "시장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은 공모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을 받았다. 금감원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크래프톤이 제시한 희망 공모가 밴드는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상단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이 29조 원에 이른다. 넥슨(약 21조 원, 일본 증시 상장)과 엔씨소프트(약 18조 원)를 단숨에 뛰어넘는 수치다. 금감원 지적 이후 크래프톤은 희망 공모가 수준을 40만 원에서 49만8000원으로 기존 대비 약 10% 낮췄다. 상단 기준 시총은 약 25조 원이다.
배 CFO는 "고평가 지적이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하고 있다"면서도 "CFO로서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회사가 많지만 콘텐츠, IT 산업에서 전세계를 상대로 이렇게 사업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당장은 주가가 비싸다, 싸다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포텐셜(potential, 잠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이 26일 온라인 IPO 기자간담회를 진행, 향후 성장 전략과 비전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배동근 CFO, 김창한 대표, 장병규 의장. [사진=크래프톤] |
2017년, 크래프톤의 펍지 스튜디오가 선보인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오픈월드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로 출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메가 IP로 인정받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로, 미국 및 중국 시장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게임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7500만 장(PC, 콘솔 포함) 이상의 역대 최다 판매고를 올렸으며,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올해 3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 10억 건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와 장병규 의장도 거들었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의 성격이 매우 다양하다. 하나로 볼 수 없고, 피드백도 성격마다 다르다"며 "그런 부분을 고려하고 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 의장은 개인적인 소감임을 전제로 "한국 스타트업계에서 25년 이상 일하고 있는데 투자자 중에 한국 상장회사 투자를 처음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크래프톤 때문에 처음 검토하고 있다는 건데, 글로벌한 회사이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했다.
크래프톤은 콘텐츠 산업 내 IP 융복합 가속화에 따른 새로운 전략으로 '펍지 유니버스'를 내세웠다. 펍지 유니버스는 게임을 통해 탄생한 강력한 IP를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으로, '생존'을 테마로 한 배틀그라운드 스토리를 미디어와 플랫폼, 콘텐츠로 재생산해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펍지 유니버스 세계관을 공유하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도 나선다. 올해 출시 예정작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NEW STATE)'를 포함해 2022년 출시될 차세대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The Callisto Protocol)', 오픈월드 서바이벌 게임 프로젝트명 '카우보이(COWBOY)' 등이다. 또한,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활용해 게임 제작과 함께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시키는 등 새로운 글로벌 메가 IP 발굴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 중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는 펍지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과 인도, 베트남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구글 플레이 기준)에서 별도의 마케팅 없이 사전 예약자 2500만 명을 넘기며 콘텐츠 자체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알파테스트를 성황리에 진행했으며, 알파테스트 참여자들로부터 호평과 큰 기대감을 이끌어냈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 NEW STATE'는 기존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오픈월드 모바일 배틀로얄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 [자료=크래프톤] |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해선 점차 해소될 것이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배 CFO는 "회계상으로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우리 고객인 퍼블리셔가 아시아(중국)에 있어서 그렇다"며 "실제 내용을 보면 엔드 유저 기준으로 했을 때 중국 매출이 절반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리플에이(AAA) 개발사들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모바일 때문"이라며 "모바일 게임 역량에서도 우리는 트리플에이 역량을 갖췄다. 중국 의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 의장은 인도 진출에 특별히 의미를 뒀다. 그는 "국내 비제조업계에서 어느 기업도 인도시장을 두드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크래프톤이 처음으로 하고 있다"며 "쉽게 진출하기 힘든 나라인데 크래프톤은 도전하고 있다. 기회가 올 때 도전하고, 글로벌하게 도전하는 회사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크래프톤의 이번 공모 금액은 최대 4조3000억 원(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이다. 공모 자금은 글로벌 콘텐츠 및 플랫폼 시장 내 인수합병(M&A)과 투자, 글로벌 사업영역 확장, 원천IP와 신규 게임 개발, 인공지능(AI) 및 딥러닝 등 미래기술 강화를 위한 R&D 투자 등에 주로 활용할 계획이다. 총 공모주식 수는 865만4230주다.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수요예측을 진행, 공모가를 확정한 후 8월 2일과 3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실시한다. 다음 달 초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예정으로,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JP모건이다. 삼성증권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배 CFO는 수요예측 흥행 여부에 대해 "내일까지라 지금으로선 답변이 어렵지만, 전세계 투자자로부터 인정받았느냐로 본다면 당연히 흥행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크래프톤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는 입장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니라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