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지위 이용해 추행, 책임 무겁다"…징역 1년6월
피해자측 "형량 적다…잘못 부인하는 사과는 사과 아냐"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용화여고 교사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희 부장판사)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6)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2월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용화여고 스쿨미투 1심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2021.02.19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사제지간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접촉이었고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의 행위는 교과목 질문시간이나 상담, 숙제검사, 청소시간 등 학생들과의 신체접촉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고 만진 부위 또한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올바른 사고를 심어주고 보호할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오히려 그런 지위를 이용해 추행했다는 것은 강제추행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해서는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다수 피해자들에게 여러차례 강제추행을 했고 범행 경위와 수법에 비춰 책임이 매우 무겁다"며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초범이고 이 사건 이전 오랜 교직생활을 하면서 성실하게 학생들을 지도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원심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항소기각 이유를 밝혔다.
선고가 끝난 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피해자 측 입장문을 대신 낭독했다. 피해자는 "검찰의 항소가 기각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혀왔다고 했으나 실제 변호인이나 시민모임을 통한 간접적인 사과조차 받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본인의 잘못을 부인하는 사과는 사과로 성립될 수 없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며 "사법부는 학생들을 올바르게 보호하고 가해자를 정당하게 처벌해달라"고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0월 사이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교실과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학생 5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검찰은 수사 결과 2018년 12월 A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으나 이듬해 2월 시민단체가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수사를 거쳐 A씨를 기소했다.
용화여고는 이른바 전국 '스쿨미투'의 발단이 된 곳이기도 하다. 사건 이후 전국 100개 학교로 스쿨미투 운동이 번졌다.
한편 A씨는 사직한 뒤 징계 처분(파면)을 받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4월 1심에서 패소하고 내달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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