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스쿨미투로 학교 현장 분위기 변화 이끌어냈다고 생각"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고등학생 제자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50대 전직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19일 "유죄 판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등은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한 오늘의 판결이 단순히 용화여고 스쿨미투 가해자 한 명에 대한 결과로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 앞에서 용화여고 스쿨미투 1심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용화여고 전 국어교사 A(56)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021.02.19 mironj19@newspim.com |
이날 발언자로 나선 피해자 A씨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취업 제한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이런 결과를 얻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수위와 관계없이 스쿨미투로 인해 학교 현장의 분위기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며 "혼자서는 정말 힘든 이 과정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이 지속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정책팀은 "처벌은 출발일 뿐이지만, 범죄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토양을 바꿔야 한다"며 "용화여고 스쿨미투를 일궈낸 용화여고 재학생과 졸업생, 시민단체들에 감사하며, 연대하겠다"고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오늘의 승소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아직 교단에 남은 스쿨미투 가해 교사들의 처벌을 비롯해 피해 학생 지원, 전국적 전수조사 등 학교와 교육당국의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이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용화여고 전 국어교사 B(56)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용화여고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제자 5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용화여고는 전국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2018년 4월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는 전국적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100개 학교가 스쿨미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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