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고등학생 제자들을 강체추행한 혐의를 받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50대 전직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용화여고는 이른바 '스쿨미투'가 처음 시작된 곳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용화여고 전 국어교사 A(56) 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해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서울북부지법 [사진=이형석 기자 leehs@] |
재판부는 "5명의 피해자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부담감, 혹시나 잘못돼서 무고죄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당시 담임선생님이었던 A씨에 대한 허위진술을 할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은 아주 오래전 갑작스럽게 당한 피해 사실에 대해 일관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제 간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며 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피해자들의 허리, 엉덩이, 성기 부위, 가슴골 부위를 손바닥이나 손등으로 툭툭 치는 행위, 브래지어 끈 부위를 만지는 행위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며 죄질이 좋지 않은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자신의 지위와 의무를 망각하고 5명의 제자에게 1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추행을 저질렀다"며 "A씨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범행을 제외한 다른 범행은 추행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다고 보이지 않고, A씨는 초범으로 이 사건이 8년 이상 오래전 범행이었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3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용화여고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제자 5명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제자의 수업 시간 발표자료를 검사하다가 옆에 앉아있는 제자의 허리 부위와 엉덩이를 툭 치거나, 생활지도부실에서 제자와 얘기하다가 피해자 교복 치마 안으로 손을 넣어 허벅지를 움켜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18년 4월 수사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 A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이듬해 2월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추가 보완 수사로 결국 A씨를 기소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5년과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용화여고는 전국 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곳이다. 2018년 4월 용화여고에서 시작된 스쿨미투는 전국적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국 100개 학교가 스쿨미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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