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고인 채무·사생활 공개는 인격권 침해"…실무자 경고조치 권고
유족들, 해경청장 등 간부들 상대로 손배소…"아직도 사과 안 해"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해 9월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유족이 해양경찰청 간부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유족 측은 김홍희 해경청장과 윤성현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형사과장에 대해 2020만922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청구금액은 이 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2020년 9월 22일'을 뜻한다.
북한에서 피격된 우리 어업지도선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중인 해경 [사진=인천해양경찰서] 2020.09.28 |
유족 측 대리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해경은 실종 당시 고인이 '정신적 공황상태'였다고 중간수사 발표를 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해당 표현을 사용한 전문가는 7명 중 1명에 불과하고 그 1명도 충분한 자료와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전화로 자문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실종·변사사건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있어 명예와 사생활을 더욱 보호해야함에도 오히려 채무금액과 도박금액을 상당히 부풀려 발표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들이 인권침해를 했다는 점에 관해 사과할 경우 소송을 취하할 예정이며 만일 끝까지 사과하지 않아 승소판결을 받게 되면 전액을 천안함 피격사건의 유가족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씨의 아들도 입장문을 내고 해경을 비판했다. 아들 이 씨는 "그동안 해경의 무차별적 수사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은 지 9개월이 지났다"며 "북한과 대한민국에 의해 죽임을 당한 피해자인 아버지를 가해자 취급하는 대한민국에서 죽어서라도 억울함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솔직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인권위 조사 결과) 명확한 증거도 없이 아버지를 죄인 취급하며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며 "힘없는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 때문에 한 가족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혔는지 경각심을 고취해 다시는 피해보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씨는 지난해 9월 21일 오전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탑승한 채 어업지도 업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후 이튿날 오후 3시 30분쯤 황해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이 씨가 북한군에게 총격 사망한 것으로 발표했다.
당시 해경은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A씨 채무총액과 도박채무액, 채무 등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했다. 해경은 특히 A씨가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이 씨 유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지난 7일 "해경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채무와 사생활 등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은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 발표에 관여하고 실무를 맡은 해경 국장과 과장에게 경고조치하라고 해양경찰청장에 권고하고, 실종과 변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 명예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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